<초점> 서창석 전 주치의는 왜 촛불시위 직전 기자회견을 했을까?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 시위가 열리기 직전인 26일(토) 오후 3시30분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전 대통령 주치의)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촛불 시위 행렬은 오후 늦게 서울대병원(종로구 대학로)과 가까운 안국동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토요일은 언론사들도 쉬는 곳이 많아 여간해선 기관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 기자들은 '긴급'이라는 ‘기대감’에 모든 선약을 취소하고 부랴부랴 기자회견장으로 모여들었다.

서창석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재직 시절, 청와대가 구입한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을 비롯해 ‘비선 의사’, ‘비아그라’ 논란까지 최근 이슈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을 기대한 것이다. 심지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회견 첫 대목부터 깨졌다. 서창석 원장은 회견이 끝날 때까지 ‘나는 모른다’ ‘결재 라인에 있지 않았다’ ‘중간에 빠졌다’ 식의 책임 떠넘기로 일관했다 . 이런 수준의 회견이라면 서울대병원장 명의의 해명 보도자료 한 장만 돌리면 끝날 일이다. 휴일 ‘긴급 기자회견’이 맹탕이나 다름없어 기자들은 헛걸음만 한 셈이다.

서창석 원장은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청와대 의료시스템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대병원’의 이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변명에만 급급했다. 2014년 9월 대통령 주치의에 취임했던 서 원장은 올해 2월 주치의를 갑자기 그만두고 서울대병원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대통령 주치의에서 사실상 ‘직행’을 노린 것이나 다름없다.

주위의 예상대로 그는 서울대병원장으로 낙점받았다. 몇 년 동안 병원장 준비를 해왔던 다른 후보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서울대병원장 인사의 최종 결재권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낙하산 논란을 무릅쓰고 서창석 주치의를 국내 최고의 병원인 서울대병원장에 임명한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청와대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대통령에게 쓸 주사제를 최순실씨 등을 통해 대리 처방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 ‘나도 모르게...’라는 식의 입장을 보인 것이다.

서창석 원장은 “통상적으로 대통령 진료가 필요하면 의무실장이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주치의가) 자문의를 데리고 들어간다. 하지만 김상만 원장의 경우엔 (청와대) 분위기 상 안 여쭤보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서 원장은 최순실씨 단골 의사인 김영재 원장(성형외과 진료)의 가족 회사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원장 부인이 수술용 실 개발에 도움을 요청했고 국산화라는 취지가 좋아 계획 단계에선 참여했다. 하지만 병원장 일이 바빠 실행 단계에선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해선 “본 적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비아그라 등 청와대에서 구매한 의약품 논란과 관련, “청와대 의무실장은 상근이고 주치의는 비상근이다. 모든 약의 구입은 경호실 소속 의무실장을 통해 하게 된다. 나는 그 결재 라인에 있지 않아서 어떤 약을 구매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아그라는 고산병과 관련해 다른 교수에게 자문해 구매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서창석 원장의 말대로 대통령 주치의는 비상근이기 때문에 청와대 의료의 ‘모든 것’에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로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처신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그가 올해 5월 서울대병원장에 취임하면서 서울대병원은 격랑에 휩싸여 왔다.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와 관련 ‘병사’와 ‘외인사’ 논란이 일었고, 이번에는 청와대 주치의 시절의 행적이 서울대병원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모른다”고 일관할 것을 알면서도, 서창석 원장은 왜 촛불 시위 직전에 기자회견을 서두른 것일까? 혹시 그도 광화문의 100만 촛불 시위가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서울대병원 구성원들은 서창석 원장 취임 7개월 동안 국내 최고의 병원인 서울대병원의 격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국격’이 흔들린 것처럼 서울대병원의 이미지가 여지없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서창석 원장은 무척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그가 비록 실무는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대통령 주치의, 서울대병원장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막중한 지위만큼 책임은 더욱 엄중하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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