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남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착각
최근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권력층의 부도덕한 행태다.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몰지각한 수준의 이기심과 무례함이 사람들을 경악케 만들고 있다. 심지어 본인의 잘못을 인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기까지 한다. 왜 이런 생각과 행동이 가능한 걸까.
사람은 원래 기본적으로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도덕적이라는 착각을 한다. ‘사회심리와 성격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내놨다.
외모의 매력, 운전 실력과 같은 외적 요인뿐 아니라 도덕성과 같은 내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본인에게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팀에 따르면 이 같은 사고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생성된다.
비교적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다. 가령 평균 지능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본인의 지능지수가 160이라는 결과를 얻었다면 지능지수라는 특정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본인을 우수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수치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본인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게 된단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가령 자신이 귀여운 고양이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고 가정해보자.
사람은 본능적으로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본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퀴벌레 같은 해충보단 고양이 같은 포유동물을 좋아한다. 본인이 고양이에게 친절했다고 해서 동물을 사랑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단 것이다. 만일 이 같은 상황에서 본인을 특별한 사람으로 평가했다면 바로 논리적이지 못한 절차를 거쳐 발생한 착각이라고 볼 수 있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은 자기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거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준다. 이러한 균형적 판단을 ‘사회적 추정’이라고 한다. 내가 잘하는 점은 다른 사람도 잘할 것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도덕성에 대해선 사회적 추정을 벗어나 본인을 뛰어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온라인상에서 실험참가자 270명을 모집해 30가지 성격을 기준으로 본인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성격 중 3분의1은 정직, 절개처럼 도덕적인 영역에 속했고, 3분의1은 가족지향, 따뜻함처럼 사교성과 연관 있는 영역, 나머지 3분의1은 근면, 능숙함처럼 업무능력과 연관된 내용이었다.
만약 실험참가자들이 사회적 추정을 적용한다면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준 영역에서 다른 사람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실험참가자들이 매긴 점수를 분석해본 결과, 참가자들은 유독 도덕적인 영역에선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을 보였다. 가령 본인의 신뢰도는 평균 6.1점을 준 반면, 다른 사람들은 평균 4.3점을 준 것이다.
사교성과 업무능력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추정이 적용된 반면, 도덕성에 대해선 그렇지 않단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이는 다른 사람이 한 행동에 대한 동기를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본인의 도덕적 행위는 선한 동기를 바탕으로 했단 사실을 알지만, 다른 사람도 이처럼 순수한 동기를 가졌을 것이란 판단을 내릴 근거가 없단 것이다. 스스로를 도덕적인 사람으로 평가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도덕성에 대해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 이유란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