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 사장단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
최근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가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경영 의사 결정이나 인사도 미룬 채 상황을 살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내 제약사들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잇단 악재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일부 제약사는 수익성이 악화되자 연구개발비 투자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인사도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을 의식해 안정적인 인물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아쏘시오그룹이 1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동아에스티 대표에 민장성(48) 동아오츠카 사장을, 동아제약 사장에 최호진(50) 동아제약 마케팅실장을 각각 선임했다.
오너 3세인 강정석(52)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 체제를 굳히는 세대교체 인사인 셈이다. 주력 계열사 대표가 1964년생인 강정석 부회장보다 모두 연하로, 계열사 중 매출이 가장 많은 동아에스티 민장성 대표는 40대 후반으로 대표적인 ‘젊은 피’로 분류된다.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도 상무에서 파격 발탁돼 사장으로 승진했다. 상무 승진 2년 만에 전무, 부사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사장에 임명됐다.
최호진 신임 사장은 1966년생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제일기획을 거쳐 2010년 동아제약 광고팀장으로 입사해 커뮤니케이션실 실장, 마케팅실 실장 등을 지냈다. 음료 계열사인 동아오츠카와 정보통신(IT) 계열사 DA인포메이션 사장에는 양동영(54) 동아오츠카 영업본부장과 채홍기(52) 동아쏘시오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4남인 강정석 부회장의 그룹 승계 작업과 지주사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의미가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정점으로 전문의약품(OTC) 전문기업 동아에스티와 일반의약품 전문회사 동아제약, 에스티팜 등 22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강정석 부회장은 최근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을 11.60%에서 26.54% 늘리면서 2,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8.06%)과 글락소그룹(6.77%)과의 지분 차이를 크게 벌리게 됐다. 이와 함께 그가 대주주인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홀딩스와의 주식교환으로 지분을 33% 확보하면서 지주회사 요건도 충족했다. 그동안 불안정했던 경영권이 확실하게 다져진 것이다.
강신호 회장은 2013년 강정석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추진했지만 강 부회장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이 0.7%에 불과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강신호 회장이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을 모두 강 부회장에게 넘겨줬지만 5.54%에 그쳐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가 늘 과제였다.
강 부회장이 이번에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 아래 그룹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 등 그룹 도약을 위해 젊은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지에 따라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이 최대 과제다. 삼성그룹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 두 기업을 양 날개로 내세운 것도 바이오 업계의 장래가 그만큼 밝기 때문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과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의 재도약을 일궈내겠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