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으면 통증에 더욱 민감
우울증 환자는 통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통증 완화를 위한 뇌 회로의 작동 속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연구팀은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는 15명과, 정상인 15명을 대상으로 통증 자극을 주면서 뇌의 움직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다.
실험 대상은 모두 20대 남자였으며, 이들에게는 “이제 8초 뒤에 뜨거운 물체가 당신의 팔에 닿을 것입니다”라는 예고와 함께 뜨겁게 느껴지지만 화상을 입히지 않는 물체를 팔에 접촉시켰다.
통증이 예고된 상태에서의 뇌 활성화 정도를 촬영한 결과, 우울증 환자의 뇌에선 감정적 반응과 관련되는 부위가 정상인보다 훨씬 과다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즉 아플 준비를 훨씬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통증이 주어져도 훨씬 아프게 느낀다는 결론이다.
또한 통증 완화에 관계되는 뇌 회로부분에 대한 촬영 결과, 우울증 환자에선 이 부분의 반응 속도가 정상인보다 느렸다. 즉 일단 통증에 주어진 뒤 이러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상인의 뇌는 신속히 작동하는 반면, 우울증 환자의 뇌는 이런 작동 속도가 떨어짐에 따라 더 오래 통증을 느끼고 통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높을 수 있음을 이번 실험은 보여 줬다.
연구팀의 이리나 스트리고 박사는 “예고된 통증 자극에 대해 우울증 환자의 뇌는 과다각성(지나치게 집중하는 상태) 상태에 빠지면서 통증을 강하게, 그리고 오래 느낄 수 있다”며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서 통증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75% 이상이 간헐적 또는 만성적 통증 증상을 갖고 있으며, 만성 통증 환자의 30~60%에서 우울증이 발견된다. 우울증 환자가 만성 통증까지 갖고 있을 경우 우울증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치료비용도 상승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트리고 박사는 “우울증과 만성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이번 실험을 통해 입증된 만큼 앞으로 두 증상을 모두 가진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미국 건강, 의료 매체 헬스데이뉴스 등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