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동남아 시장 공략 본격화
우리나라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정회원으로 공식 가입함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들의 해외진출이 한 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손문기)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2016년 하반기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정회원으로 공식 가입했다"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약국가로 인정받게 돼 해외진출과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미국, 유럽위원회(EC), 일본, 스위스, 캐나다에 이어 6번째로 가입한 우리나라는 이제 의약품 규제 전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됨에 따라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허가조건 면제, 허가기간 단축 등 수출장벽이 완화돼 해외진출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 기회의 땅 ‘동남아’
국내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큰 동남아 제약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장점은 값싼 노동력에 있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국내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동남아 수요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남아는 제도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매력적이다.
실제로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남아 시장은 수입 의약품이 전체 소비의 70~80%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동남아에 진출해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도 "동남아는 인구가 굉장히 많고 경제 및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어 그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상당히 늘어나고 이로 인한 의약품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제약사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동남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 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2014년부터 미얀마에 아로나민골드를 판매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얀마 현지지점을 개설해 동남아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웅제약은 2017년부터 고지혈증치료제를 동남아 4개국에 수출하고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해외지사와 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풍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은 베트남에 진출해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신풍제약은 베트남 호치민시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001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3년 생산 공장을 가동해 복합 비타민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조아제약은 2015년 베트남 호치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최근 어린이 음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일동제약은 2013년 3월 현지사무소를 개설하고 일반의약품과 항암제 등의 전문의약품 등 20여개 제품을 신규 등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보령제약도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고혈압치료제인 실니디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6개국에 10년간 순차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생산 공장 등 현지화가 관건
제약사들이 동남아 진출 시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많은 제약사들이 동남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제품을 통해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한국 제품에 대해 그다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생산시설 등을 현지에 설립한 몇몇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사무소나 지점을 개설한 수준이라 현지에서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약사들이 미얀마와 함께 동남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별 의약품 수출현황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베트남 수출규모는 2위를 기록한 2012년을 정점으로 매년 순위가 뒷걸음칠 치다 2016년 상반기에는 6위까지 내려앉았다.
이 같은 현상은 베트남이 자국 의약품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외국 제약사의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이 주 원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약사 관계자는 "동남아 현지에서는 생산 공장 설립이나 법인화를 통해 자국 인력을 쓰고 세금을 납부하는 현지 생산 형태를 선호한다"며 "동남아 진출은 생산설비 및 법인화 등을 통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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