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심장건강까지 지켜주는 이유
치과장비 특유의 소음과 치료 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 때문에 치과가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치과방문을 하염없이 미루는데 이는 치아 위생 상태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장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핀란드, 스웨덴, 미국, 칠레 등의 공동 연구팀이 500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치아와 동맥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성을 체크했다. 그리고 치아의 뿌리 부위인 근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건강한 치아를 가진 사람보다 관동맥 증후군 위험률이 3배가량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협심증이라고도 불리는 관동맥 증후군은 심장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관이 세균에 감염되면 신경치료가 필요하다. 세균에 감염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충치의 깊이가 깊어졌을 때다. 충치치료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인공재료를 씌웠을 때도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른다.
이번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이처럼 치아에 감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우리 몸의 다른 곳으로도 번질 수 있다. 즉 심장으로도 세균이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심장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에게 세균이 번지게 되면 심장 내막염이라고 불리는 더욱 심각한 감염증이 일어날 수 있다. 심장 내막염은 심장 내부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세균성 심장질환이다.
체내에 세균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와 싸우기 위해 염증을 일으킨다. 이는 심장이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과도하게 늘어난 염증은 동맥과 혈관계에 플라크를 형성해 심장 손상을 일으킨다. 혈전이 생겨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이를 수도 있다.
치아에 있던 세균이 심장까지 번지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신경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치아내부 상태가 나빠졌다는 점을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치아가 이미 기능을 상실했을 정도로 큰 손상을 입었다면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통증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X레이 촬영을 통해 치료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정기적인 치과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치아가 건강한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X레이 촬영을 받아도 되지만 구강 건강 상태에 따라 검사 횟수는 더 잦아질 수 있다. 과거 충치와 잇몸 치료를 받은 경험이 많거나 흡연자라면 6개월에 한 번씩 점검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게 치아와 심장 건강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