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분야 여성들, 롤모델 있으면 능력↑
과학과 기술은 여성의 취약 분야다. 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뿐 아니라 성별에 따른 차등교육을 세뇌 받은 탓이라는 연구보고들이 있다. 여성은 수학이나 과학보단 미용, 뷰티, 무용 등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주입받는다는 것이다.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 분야에 진입한 여성들도 남초분야에서 끈기 있게 공부를 이어나가긴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과학자 롤 모델을 두면 좀 더 자신감 있게 공부를 이어나가고 성적 향상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통칭하는 ‘스템(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s)’은 남성 종사자가 많은 분야다. 여학생들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이와 관련된 과목들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 분야에 흥미를 갖는 여학생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여성 과학자도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이 존경하고 영웅시하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흥미를 잃기도 쉽다는 게 이번 연구팀의 주장이다.
저명한 여성 과학자들이 좀 더 외부로 많이 노출돼 여학생들에게 영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 및 응용사회심리학(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저널에 실린 이번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은 과학을 공부하는 여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관련 과목을 포기할 가능성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구팀은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과학 분야 전공 여학생 3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학기가 시작된 지 5주가 지난 시점으로,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다. 연구팀은 한 그룹에게는 그들의 선배인 같은 전공의 여자 연구원 학부시절 경험을 묘사한 편지들을 보여줬다. 또 나머지 한 그룹은 이 같은 편지를 보여주지 않은 채 설문조사에 참여토록 했다.
여성 연구원의 편지는 사실상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에게 여성 과학자에 대한 긍정적인 영감을 얻도록 위해 임의적으로 작성된 내용이다. 여성 연구원이 학부시절 도전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남성이 주를 이룬 분야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기분은 어떤지, 대학교 성적이 향후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등에 관한 내용이다.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기분을 전달한 목적은 이 같은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걸 학생들이 인지하도록 만들기 위한 의도다.
학기가 끝난 뒤 학생들의 최종성적을 확인해본 결과, 롤 모델의 편지를 읽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은 성적을 얻었다. 또 중간에 수강신청을 취소하는 비율 역시 낮았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연구팀은 이처럼 간단한 ‘심리적 중재’만으로도 과학 분야에서 여성들이 좀 더 향상된 수행능력을 보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