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헤어지지 않는 건 ‘사랑 호르몬’ 덕분
남녀 간의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 보통 2~3년 정도 지나면 상대방에 대한 설레는 감정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된 두 사람이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법적인 연결고리부터 양육이나 경제적인 부분을 공유하는 문제까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같은 사회적 요인뿐 아니라 생물학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최근 연구결과다.
결혼생활로 발생하는 고통을 참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단혼제(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하는 제도)가 인간 속성에 최적화된 결혼제도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결합과 부양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이 부부 관계를 유지토록 만드는 한 축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자궁수축호르몬인 ‘옥시토신’ 수치와 부부관계의 지속성을 살폈다. 여성이 임신했을 때와 출산한 직후의 옥시토신 수치를 측정하고, 태어난 아기가 2살 반이 되기 전 부부가 헤어질 가능성과의 연관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제니퍼 바츠 연구원은 ‘성격과 사회심리학(Society f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연례미팅에서 “데이터 분석 결과 여성의 옥시토신 수치가 낮으면 아기가 걸음마를 걷는 시기쯤 부부 사이가 파경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연관관계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옥시토신 수치가 왜 부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는 옥시토신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에 잘 대응하고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옥시토신은 동물간의 사회적 유대관계와 결속력을 강화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식을 기르기 위한 양육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임신 초반기 여성, 후반기 여성, 태어난 지 7~9주된 아기가 있는 여성 등 총 341명의 실험참가자들로부터 침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실험참가자들의 결혼 상태를 추적했다.
2년 반이 지난 시점까지 총 188명의 여성들이 연구팀의 추적 조사에 협조했는데, 이 중 90%에 해당하는 170명이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7명의 여성은 남편과 헤어진 상태였다. 남은 실험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당시부터 싱글이었거나 현재 새로운 연애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분석 내용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실험참가자들도 아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7명은 왜 헤어진 걸까. 이혼 사유는 알 수 없으나 결혼생활을 유지한 여성들에 비해 옥시토신 수치가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옥시토신 수치가 높을수록 부부관계 유지 가능성은 높았다.
여성의 낮은 옥시토신 수치가 결별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옥시토신 수치가 높을수록 엄마와 아기의 관계가 좋았고, 이로 인해 부부 사이도 좀 더 원만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