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칼럼] ‘언덕밥’ 지을 줄 아시나요? 솥뚜껑운전 아무나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내가 지은 밥’이다. 밥은 쌀과 물과 불이 만나는 3중주. 조선시대 대갓집 맏며느리는 밥 짓기 선수였다. 커다란 무쇠 솥 하나에 밥을 지으면서도 식구들 입맛에 따라 각각 다르게 짓는 법을 알았다. 집안 큰 어른이 진밥을 좋아하는 반면 큰 마나님이 된밥을 좋아한다면, 한 솥에서 진밥과 된밥을 함께 지었다. 큰 무쇠 솥에 쌀을 안칠 때 앞쪽은 높게, 뒤쪽은 낮게 했던 이른바 ‘언덕밥’을 지은 것이다. 이렇게 하고 물을 부어 익히면 높은 쪽은 된밥이 되고 낮은 쪽은 진밥이 된다.
오죽하면 중국청나라 대학자 장영(張英)은 “조선 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 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말했을까.
요즘 대한민국주부들은 어떨까. 진밥 된밥을 동시에 하기는커녕 ‘3층 밥’ ‘4층 밥’이나 짓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모든 것은 전기밥솥 ‘쿠!쿠!’가 알아서 해주는데 뭐가 걱정이랴.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당일 도정한 쌀을 살 수 있다. 도정날짜를 꼼꼼히 살펴보라. 묵은 쌀일수록 묵은 냄새가 난다. 쌀알이 광택이 나고 맑아야 하고, 쌀알이 균일해야 한다.
▼밥맛은 쌀의 수분에 따라 달라진다. 쌀을 안치기 전에 충분히 불리는 게 맛있다. 그렇다고 쌀을 너무 오래 불리면 밥알이 뭉개지고 쌀겨냄새가 섞인다. 쌀은 물에 담가놓으면 처음 5분 동안에 10%정도 물을 흡수하고, 한 시간 후면 80%쯤 빨아들인다. 3시간이 넘으면 더 이상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 보통 여름에는 30분, 겨울에는 2시간 정도 불리면 된다.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흡수가 잘된다.
▼밥물은 보통 쌀 1에 물 1.2~1.4비율로 붓는다. 햅쌀은 물을 조금 줄이고 묵은 쌀은 늘린다. 압력솥-무쇠솥-냄비 순으로 물의 양을 더 넣어야 한다.
▼쌀은 빡빡 문지를수록 밥맛이 좋다. 하지만 영양가가 달아난다. 쌀을 씻을 땐 너무 힘주지 말고 살살 한다. 첫물은 쌀겨냄새가 쌀에 배지 않게 되도록 빨리 헹구고 버려라. 첫물이 쌀에 가장 많이 스며들기 때문에 약수 등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후에는 수돗물을 써도 된다. 너무 여러 번 씻으면 전분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등이 씻겨나갈 수 있다. 영양과 관계없이 오직 좋은 밥맛만 원한다면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씻는다.
▼묵은 쌀은 식초 한 방울 떨어뜨린 물에 씻어서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뺀다. 다음날 밥 짓기 전에 한 번 더 미지근한 물로 헹군 뒤 밥을 지으면 냄새가 없다.
▼현미밥은 영양이 백미보다 월등하게 좋지만 식감이 꺼끌꺼끌하다. 소화도 잘 안된다. 현미에 생수를 부어 이틀정도 두면 싹(1~5㎜)이 튼다. 발아현미다. 싹이 튼 현미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좋다. 발아현미는 백미보다 식이섬유 3배, 칼슘 5배, 비타민 5배, 식물성지방 2.5배나 된다. 발아현미와 백미를 각각 반반씩 섞어 밥을 지어도 맛이 좋다.
요즘 가정에선 대부분 아침에 밥을 많이 해뒀다가 보온밥솥에 하루 종일 두고 먹는다. 뚜껑을 열고 닫을 때마다 밥의 수분이 빠져나가 밥맛이 떨어진다. 밥솥 안쪽에 닿는 밥은 더욱 말라비틀어진다. 밥솥의 숨겨진 열선이 밥의 수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밥의 색깔이 변하거나 냄새가 솔솔 난다. 밥 지을 때 생긴 밥물이 밥 밑 부분에 스며들어 냄새가 더욱 심하다.
▼일단 다 지은 밥은 뜸들이고 나서 서로 섞어서 밥솥에 보온한다. 밥을 섞지 않으면 아랫부분의 밥이 떡진다. 찰기가 없고 푸석해진다.
▼보온 밥솥 바닥에 넓게 퍼진 밥알을 중앙으로 산처럼 수북하게 쌓아둔다. 밥솥 안쪽에 닿는 밥일수록 수분이 더 달아난다.
▼사기종발에 물을 반쯤 넣어 밥솥 안의 밥 위에 올려놓으면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다. 종발 안에 물 대신 얼음을 넣어도 좋다.
▼밥솥의 새 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는 밥은 비닐 팩에 밀봉하거나 랩으로 싸서 냉동보관 한다. 끼니때마다 전자렌지에 해동하면 꼬들꼬들 밥알이 살아있다.
▼식은 밥은 다시 데우면 냄새가 나므로 피한다. 물을 부어 끓여 숭늉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쌀은 상온 보관, 현미는 영양분 많아 쉽게 상하므로 냉장보관 한다. 쌀통에 마늘을 넣어두면 쌀벌레가 덜 생긴다.
키 크는 쌀, 살 빼는 쌀, 컬러 쌀, 젊어지는 쌀…
국내엔 약 300여종의 쌀과 2000여종의 쌀브랜드가 있다. 혼합품종보다 단일품종이 맛있다. 요즘 싸전에 가면 온갖 쌀이 다 있다. 쌀 소비가 줄면서 2000년 초반부터 다양한 기능성 쌀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개발한 것만도 10여종에 이른다. 가령 알록달록 울긋불긋한 컬러쌀에서부터 일반쌀에다가 한약재나 몸에 이로운 성분을 고농축 코팅한 쌀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이다. 한약재인 강황쌀, 몸을 알칼리화 시켜준다는 클로렐라쌀, 피부 미용에 좋다는 연잎 녹차쌀 등이 그렇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홍국쌀도 있다. 키 크는 영양소 아미노산, 라이신이 많이 함유된 ‘하이아미’ ‘영안’과 혈압조절과 체지방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큰눈’ ‘삼광’ 그리고 피부노화억제 효과가 있다는 ‘흑광’ ‘흑진주’ ‘건강홍미’ 등이 그 좋은 예다.
진짜 천연 오색쌀도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상들이 지었지만 언젠가 사라져버린 오행미가 바로 그것이다. 오행미는 전남벌교의 천하농사꾼이었던 강대인씨가 살려 냈다. 그가 개발해낸 벼 종자만 80여 가지나 된다.
오행미는 흰색의 백미, 황색의 현미, 붉은색의 적미, 푸른색의 녹미, 검은색의 흑미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백미, 현미야 그렇다 쳐도 적미, 녹미, 흑미는 귀하다. 이 다섯 가지 쌀은 오행의 원리와도 일치한다. 동(녹미), 서(백미), 남(적미), 북(흑미)과 중앙(현미)에 한자리씩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흑미는 ‘신장과 당요에 좋다’고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강씨는 토굴에서 88일째 단식수련 하다가 2010년 1월 숨졌다. 그는 생전에 “1920년대 재래종 벼 품종이 수천가지에 이르렀으나 요즘엔 350여종 밖에 살아남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었다. 맏딸이 가업을 잇고 있다.
요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선 고대미(米)가 인기다. 고대미는 오행미와 대동소이하다. 오행미에서 백미 현미를 뺀 녹미(68%) 적미(25%) 흑미(7%) 3가지가 함께 들어있는 맞춤쌀이다. 백미 7에 고대미 3비율로 밥을 지으면 고소하고 찰지다.
오행미든 고대미든 그 뿌리는 야생벼이다. 야생벼는 박토에서만 자란다. 비료를 주면 금세 죽어버린다. 검붉은 이삭에서 빨간 까만색 쌀이 나온다. 이삭마다 날카로운 수염이 있다. 생산량이 일반 벼보다 떨어지지만(50% 이하), 영양분은 훨씬 뛰어나다. 항산화효과를 가진 폴리페놀성분이 백미보다 200배나 많이 들어있다.
맞춤형 품종개량 쌀도 40여 종이나 나와 있다. 오래 동안 교배를 통해 개발한 것들이다. 다이어트 쌀, 당뇨쌀, 성장촉진 쌀, 암예방 쌀, 혈압 낮추는 쌀, 단맛 나는 쌀 등이 대표적이다. 가령 다이어트쌀은 난소성전분과 식이섬유 함량이 일반 쌀보다 4~5배 높다. 배가 쉽게 꺼지지 않고 배변을 원활하게 해준다. ‘큰눈쌀’은 쌀의 눈이 일반 쌀보다 6배 정도 많아 성인병 예방에 좋다. 노화방지 성분이 많이 함유된 흑설쌀, 홍진주쌀도 있다. 영안벼는 어린이 뼈 형성에 좋은 라이신이 50~60%나 더 들어있다. 필수아미노산이 30%나 더 함유된 하이아미 쌀은 성장발육 두뇌활동에 좋다. 눈큰흑찰도 쌀눈이 일반쌀보다 3배나 크다. 조생흑찰은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있어 항암 항산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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