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술병 경고 문구, “지나친 음주는 치매 유발”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3일부터 주류용기에 표기하는 음주 경고 문구에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는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주류용기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개정된 ‘흡연 및 과음 경고문구 등 표시내용’ 고시를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개정 고시에는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이나 기억력 손상, 치매를 유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지나친’ 음주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부가 술병에 부착하는 경고 글을 통해 술과 치매의 관련성을 밝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등 두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적당한 음주’도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재향군인 건강조사 연구소가 65세 이상의 여성 1306명을 2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다가 조사 기간 중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여성은 인지 능력 손상이 2배 더 많았다. 과음 수준이 아닌, 적당한 음주를 즐긴 사람들의 인지 능력 장애율도 60% 더 높았다.
또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슬리대학 연구팀이 주량과 뇌 부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술을 적게 마시든 많이 마시든 상관없이 음주를 하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빨리 뇌 부피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서 10년 당 1.9%씩 뇌 부피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은 뇌 부피 감소 속도가 이보다 더 빨랐다.
연구팀은 “여성은 남성보다 술에 약한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에 음주량에 상관없이 뇌 부피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며 “뇌의 부피가 줄어들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고 사고력, 기억력 등이 떨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음주는 심장병 위험을 낮추는 등 건강상 이점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기 때문에 이처럼 음주량이 관계없이 치매 발병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도 주류용기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했다. 이전에는 주류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3가지 경고문구 중 1가지만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선택 가능한 3가지 경고문구 모두에 임신 중 음주에 대한 위험 표기가 들어가도록 했다.
- 주류 회사가 선택 가능한 3가지 경고문구
1. 알코올은 발암물질로 지나친 음주는 간암, 위암 등을 일으킵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2. 지나친 음주는 암 발생의 원인이며,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 청소년 음주는 성장과 뇌 발달을 저해합니다.
3.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산을 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