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뇌졸중, IT로 재활치료 한다"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경험한다. 2초에 1명씩 발생하고, 6초에 1명씩 이 때문에 사망한다. 우리나라에서만 한해 10만명에게 새로 생기며, 세계적으로 3000만명이 이로 인해 치명적 장애를 안고 있다. 모두 국내외에서 단일질환으로 사망원인 1, 2위를 다투는 ‘뇌졸중’에 관한 통계들이다./p>
고령화로 뇌졸중 환자는 증가세다. 생존한다 해도 마비 등 신체기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들에게 남는 것은 ‘재활’뿐이다. 지금까지는 물리치료와 같은 기계적 재활이 전부였다. 그러나 뇌신경 연구와 IT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최근에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치료는 물론, 뇌 트레이닝을 통한 재활에 IT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게임에 적용돼 온 ‘키넥트’는 이미 재활치료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키넥트란 3차원 깊이인식 카메라다. 뇌졸중 재활치료에서는 환자의 관절 움직임을 포착해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게임처럼 진행돼 환자의 흥미와 만족도가 높고, 카메라로 측정해 분석된 환자 데이터는 의료진에게 전달돼 환자의 회복수준에 따른 정확한 처방을 돕는다.
키넥트 활용의 유용성은 국내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최근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에 실린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김원석 교수팀 연구를 보면 키넥트를 이용한 뇌졸중 환자의 동작분석 데이터와 기능평가 결과는 ‘퓨글 마이어 평가점수(FMA스코어)’의 각 항목과 70~90% 일치해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FMA스코어는 뇌졸중 환자의 기능 회복정도를 양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다. 키넥트를 통한 동작기능평가 점수와 운동치료사가 환자의 동작기능을 직접 평가한 FMA스코어 총점 간 상관계수 역시 0.873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이 뇌졸중 환자 가정에 도입되면 운동치료사와 같은 전문가의 개입 없이 집에서도 개인 맞춤형 재활치료가 가능해진다. 컴퓨터와 키넥트 센서만 있으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속적인 재활치료 시스템을 가정에 구현할 수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기 어려운 환자나 장애인의 건강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당장 환자 가정에 적용하긴 힘들다.
백남종 교수는 “게임을 넘어 재활치료까지 활용 분야가 넓어진 키넥트를 통해 환자의 동작기능 분석과 평가를 위한 알고리즘을 구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더 많은 센터에서 동작데이터를 입력하고 임상데이터를 분석할수록 환자의 신체기능과 회복수준에 대한 보다 정밀한 예측 도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키넥트 연구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IT기술과 결합한 뇌 트레이닝도 주목된다. 물리치료의 한계를 벗어난 재활요법으로 뇌와 기계를 연결해 뇌신경에 자극을 줘서 보행보조장치와 같은 외부기기를 제어하고, 점차 감각을 회복해 근육이 움직이도록 하는 원리이다. 실제 지난 11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뇌 재활을 통해 척수마비로 하반신을 못 쓰는 환자들이 일부 감각을 회복하고,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세계 25개국의 과학자 100명이 참여한 이 연구팀은 하반신 마비환자 8명에게 1년간 VR을 적용한 뇌 재활을 실시했다. 환자는 뇌파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전극이 장치된 모자를 쓰고, 보행보조장치를 착용했다. 걷는다는 뇌 신호를 보내면 VR 속 아바타가 걷고, 아바타가 움직일 때마다 특수 제작된 셔츠로 미세진동을 일으켜 뇌에 촉감 피드백을 줬다. 운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자극을 받으면서 다리 촉감과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뇌신경 과학자인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는 “물리치료의 경우 뇌는 가만히 있고 계속 근육만 움직이게 한다”며 “사람은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라 뇌와 근육이 같이 움직여야 재활이 제대로 된다”고 했다. 대한뇌신경재활학회장인 김연희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뇌도 경험 의존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러한 뇌신경의 재조직화를 초기부터 올바르게 잘 훈련하면 그러한 형태로 리모델링이 일어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