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칼럼] 그리스 ‘원반던지기 조각상’ 자세는 엉터리
조각상자세로 던졌다간 코앞 땅바닥에 내동댕이칠 것!!
그리스 고대올림픽(기원전 776~기원후 394)에서 최고 인기 종목은 뭐였을까. 그것은 단연 원반던지기(Discus throw)였다. 원반던지기 우승자는 올림픽 최고스타였다. 당시 레슬링도 인기종목의 하나였지만 원반던지기에는 못 미쳤다. 오죽하면 청동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Discobolos)’까지 만들어졌을까. 이 조각은 그리스의 미론(Myron)이 기원전 485년 경 빚은 인류 최고의 걸작품이다(현재 남아있는 것은 로마시대의 대리석복제품).
리우올림픽 육상 남자 원반던지기에선 독일의 크리스토프 하르팅(26)이 68.37m를 던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 207㎝, 몸무게 123㎏의 거인. 그는 이번에 형 로베르트 하르팅(32, 201㎝, 126㎏)과 함께 출전했다. 형은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68.27m). 2009베를린, 2011대구, 2013모스크바 등 세계선수권에서 3연속 우승한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에선 62.21m의 저조한 기록으로 예선에서 떨어졌다. 대신 여섯 살 아래 동생이 시상대 맨 위에 오른 것이다.
여자원반던지기에선 크로아티아의 산드라 페르코비치(26, 183㎝, 85㎏)가 69.21m로 2012런던에 이어 올림픽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녀는 2008년 열여덟 살 때 의사 오진과 수술 실패로 생사를 오갔다. 의사는 가족들에게 “사망확률 90%가 넘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적같이 일어나 2013년 필드로 돌아왔다.
미론의 조각상은 복부-허리-엉덩이-허벅지로 이어지는 ‘파워존의 근육’이 금방이라도 원반을 던질 듯 생생하다. 어깨 가슴의 미세 힘줄근육과 빨래판 같은 갈비뼈도 극히 사실적이다. 팔등신 사나이의 활시위처럼 팽팽한 근육. 막 원반을 던지려는 찰나의 역동적인 몸짓. 이에 반해 아무 표정이 없는 담담한 얼굴. 긴장과 절제의 어우러짐이 빼어나다.
원반던지기는 고대 그리스의 병사들이 강을 건널 때 방패를 먼저 강 건너편으로 던진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반은 판이 넓어 공기저항이 크다. ‘안에서 밖으로 돌게(시계방향)’ 스핀을 걸어줘야 공기저항이 최소화된다. 적당한 맞바람이 불어주면 더 멀리 나간다. 창던지기도 마찬가지이다. 비행기가 양력(공기저항이 위로 밀려 올리는 힘)을 받아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속 10m의 맞바람은 약 5m정도 더 날아가게 해준다. 반대로 뒷바람(Trail wind)은 약 8%나 비거리를 줄인다.
출처 : Jamie Roach / Shutterstock.com
원반던지기는 육상에서 여자기록(76.8m)이 남자(74.08m)보다 앞선 유일한 종목이다. 원반 크기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자원반의 무게(1㎏)는 남자원반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남자우승기록(68.37m)이 여자우승기록(69.21m)보다 뒤진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독일 북동유럽이 전통적으로 강세다. 팔이 길고 천하장사들이 많다. 남녀 모두 옛 동독선수가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론의 청동조각상 ‘원반 던지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예술작품일 뿐이다. 실전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조각상의 ‘원반 던지는 자세’는 잘못 된 것이다. 만약 조각상처럼 원반을 던진다면 원반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코앞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가능성이 크다. 아니 그러기 전에 선수가 허리를 쥐고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원반던지기는 회전운동에너지를 직선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스포츠이다. 지름 2.5m의 서클 안에서 빠르고 강한 회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원심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회전은 던지려는 방향과 등진 채 시작한다. 먼저 두 발을 떼지 않고 상체부터 돌린다. 이때 허리는 회전축 역할을 한다. 대들보처럼 꼿꼿하게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조각상은 허리가 앞쪽으로 너무 기울어져있다. 회전에너지가 온전히 저장되지 않고 낭비된다. 무게중심이 앞쪽에 쏠려 서클 밖으로 나가기 십상이다. 왼손이 오른 무릎에 닿아있는 것도 문제다. 왼손은 얼굴과 함께 오른손의 회전력을 잡아주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원반을 쥔 오른손과 180도 반대쪽 위로 향해야 한다(팔꿈치를 ‘ㄱ’자로 굽히는 것은 관계없다). 당연히 얼굴도 현재보다 왼쪽어깨 쪽으로 더 틀어져 있어야 한다.
스포츠의 기록은 언젠가 깨진다. 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그렇다. 예술은 길고, 스포츠기록은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