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만이 답인 탈장 "백세노인도 가능?"
평생 라이딩 등 스포츠 레저를 즐겨온 김성전 할아버지는 최근 탈장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통증이 심해 가벼운 조깅조차 하기 힘들어져 수술을 받으러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나이가 너무 많아 수술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김 할아버지는 올해로 만 100세다. 그는 “고령이어서 수술은 위험하니 탈장대를 차고 참고 살라는 등의 말만 들었다”며 “수술해야 고칠 수 있는 병인데 이런 처방을 받으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탈장은 내장을 받쳐주는 근육층인 복벽의 조직이 약해지면서 생긴 구멍을 통해 장이 복벽 밖으로 밀려나온 현상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국내 탈장환자 10명 중 4명 정도는 60세 이상일 만큼 노인에게 흔하다. 탈장은 구조적인 결함이기 때문에 자연 치유되거나 약으로 치료되는 질환이 아니다. 수술만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김 할아버지처럼 고령이면 전신마취 등 수술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어 탈장 치료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고령자는 탈장 치료를 포기해야 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김 할아버지 역시 수술을 받았고, 성공적으로 탈장을 치료했다. 해법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에 있다. 국소마취는 노인 환자의 심폐기능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수술 직후 통증이 덜하다. 거동 또한 자유로워 당일 퇴원할 수도 있다. 전산마취 수술과 달리 금식할 필요도 없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물론, 간, 심장, 폐 질환 등 지병을 가진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 받을 수 있다. 대부분 허리가 좋지 않아 척추마취가 불가능하고, 심폐기능도 대부분 좋지 않아 전신마취가 위험한 노인 환자들에게 딱이다. 김 할아버지의 수술을 집도한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은 “탈장 수술을 척추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로 알고 있지만, 간단한 국소마취로도 수술이 가능하다”면서 “특히 노인 환자의 경우 어떤 지병을 갖고 있든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든 국소마취로는 제약 없이 수술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탈장 수술에서는 국소마취와 더불어 인공막을 사용하는 대신 최소절개를 통해 탈장구멍을 막는 무인공막 수술법도 개발돼 있어 노인환자의 재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공막 서혜부탈장 수술의 재발률은 2~5%, 부작용도 최대 20%에 이른다. 그러나 무인공막 수술의 재발률은 0.2%,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할아버지는 “여기저기 가본 병원마다 수술을 못하겠다는 말만 들었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