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스' 현실 속 '홍지홍'은 누구?
최근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드라마 ‘닥터스’에서 배우 김래원이 연기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홍지홍 교수는 손을 떠는 양궁선수에게 각성수술을 시행한다. 깨어 있는 환자의 운동 반응을 체크하면서 진행되는 이 극적인 뇌수술법은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제 ‘뇌심부자극술’로 불리며 임상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술법이다. 이 수술에 있어서 닥터 홍지홍의 실존모델은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연세대 의대 뇌연구소장이기도 한 장 교수는 지난 2000년 국내에 처음 뇌심부자극술을 도입해 1천건 이상을 성공시킨 세계적인 뇌신경 전문의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의 신경회로에 전기자극 장치를 넣어 약물이 듣지 않는 중증 파킨슨병이나 수전증, 이상운동질환, 간질 등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신경회로를 차단하는 술기이다.
이 수술을 위해서는 초미세 신경들 사이에서 정확한 위치에 전기자극기를 삽입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축적된 경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장 교수는 “파킨슨병과 수전증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80~90%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환자 본인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했다.
장 교수는 최근 초음파 치료로 중증 강박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하루에 몇 시간씩 손을 씻거나, 한 번에 비누 하나를 다 쓸 정도, 손을 씻고 나서도 다시 오염될까 두려워 수도꼭지를 잠글 수 없을 정도의 중증 강박증이면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장 교수팀은 지난 2013년 2~5월까지 약물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강박장애 환자 4명에게 ‘고집적 자기공명영상 유도하 초음파 수술’을 시행해 강박증과 우울증, 불안증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뇌 과학 연구를 통해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 회로를 연결시키는 내포전각이 강박장애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 알려진 데 따른 수술법이다.
이 수술은 1천여개의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해 뇌에서 강박증상을 일으키는 ‘내포전각’ 부위에 집중적으로 650㎑ 출력의 초음파를 쏴 피막을 깸으로써 뇌의 회로 일부를 차단해 강박증을 개선하는 원리이다. 두개골을 열고 뇌조직을 절제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출혈과 감염의 위험이 없고, MRI를 통해 실시간으로 초음파 조사 부위를 관찰하며 시술하기 때문에 오차 범위도 1㎜를 벗어나지 않았다.
장 교수팀이 수술 이후 6개월간 주기적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박증과 우울증, 불안증 등을 측정한 결과, 강박증은 평균 33%, 우울증은 68.2%, 불안증은 61.1% 각각 감소했고, 이러한 모든 측정치는 수술 1주일 후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6개월간 지속됐다.
장 교수는 “장기간의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도 효과가 없던 강박증 환자에게 뇌심부 자극술 같은 외과적 수술이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머리를 열고 시행하는 방법이라 출혈과 감염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몸 밖의 여러 부위에서 초음파를 쬐는 치료는 절개가 없고 짧은 시간에 종료되기에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통증을 느끼지 않아 전신 마취도 필요 없다”고 했다.
복잡한 정신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장 교수는 “앞으로 뇌의 신경 네트워크의 작용 기전을 더 많이 파악하게 되면 외과적 수술의 적용 범위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며 “강박과 우울까지는 일정 수준의 가능성을 보았고 마약과 약물, 알코올중독 등은 현재 전 세계 연구자들이 기전을 확인하는 중이다. 나중에는 행동장애와 정서장애까지 반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신경외과 수술은 생명과 직결될 때가 많아 장 교수는 매일 긴장된 삶을 살고 있다. 장 교수는 “한 마디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술에 임한다”며 “뇌심부자극술을 할 때 미세전극을 더 많이 꽂아 검사하면 삽입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는 있지만, 이에 따른 뇌출혈 위험도 커진다. 결국 환자가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미세전극으로 뇌의 수술 부위를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