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바퀴벌레를 무서워할까
사람은 왜 바퀴벌레를 무서워할까?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부엌에서 요리할 때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많은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고 도망간다. 바퀴벌레보다 몇 배나 몸집이 크고 힘이 세지만, 쉽게 죽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와이오밍 대학교 생태학과 제프리 락우드 교수는 “바퀴벌레를 맞닥뜨릴 때 피하게 되는 원인은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와 공포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퀴벌레는 우리 삶에서 가장 자주 출몰하는 해충의 하나로, 종류는 약 4600개나 된다. 지구에 공룡이 등장하기 1억 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몇 번의 빙하기마저 이겨 내는 끈질긴 생존력을 지녔다. 1초에 몸길이의 20배나 질주하고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불결한 장소에서 주로 출몰하고, 인체에 해로운 세균을 전파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바퀴벌레가 인간에게 해로운 질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는 매우 적다면서 오히려 모기가 전염병 유발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모기는 바퀴벌레와 달리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내고 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모기보다 바퀴벌레를 더욱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외형과 냄새를 꼽을 수 있다. 바퀴벌레의 표면은 기름으로 덮여 있으며, 요산을 몸에 지니고 있어 냄새가 고약해 불쾌감을 일으킨다.
락우드 교수는 "생김새와 냄새 등의 특징 때문에 바퀴벌레는 오랫동안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인식됐다“며 ”수많은 벌레 중 유난히 바퀴벌레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다양하나, 대부분 학습을 통해 경멸과 혐오의 대상으로 배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이가 어릴수록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사회생활을 할수록 벌레를 기피하는 것은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했다.
즉, 공동체 생활을 하면 할수록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증’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포증이란 특정한 물건,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일종의 불안장애다. 이러한 공포는 지나치거나 비합리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락우드 교수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자라나 사회 속에 스며든다”며 “바퀴벌레의 경우, 위험과 질병 감염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 사이에 혐오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든지 다수가 징그럽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이 오래 지속되면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인간은 상호작용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