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우울한 울엄마 “혈관 챙기세요”
장마철이 시작되면 흐린 날씨만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의욕저하와 무기력증 등을 동반하는 이른바 ‘장마철 우울증’을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고령일수록 장마철 우울증은 심리적 요인보다 혈관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장마철에 흐린 날씨가 계속돼 일조량이 낮아지면 뇌 속의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저하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장마철이 지나도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호르몬 불균형이나 환경변화에 따른 스트레스가 아닌 혈관성 우울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성 우울증은 노인성 우울증으로도 불린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뇌혈류 순환 장애가 원인으로, 뇌졸중 등의 전조 증상이기도 하다. 단순히 날씨나 노화의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게 되면 혈관성 인지장애를 거쳐 혈관성 치매로도 발전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준혁 교수팀이 65세 이상 1천여명을 상대로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노년기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뇌혈관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었다.
이 연구팀의 3년 후 추적조사 결과에서는 일반 우울증 환자 10명 중 1명만 여전히 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반면, 혈관성 우울증은 4명 중 1명이나 지속돼 치료하기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우울증 환자의 경동맥 혈관벽 두께는 정상인에 비해 훨씬 두껍고 경직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혈관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치료법도 다르고, 혈관성 질환과 밀접하다. 경동맥의 혈관벽 두께가 두꺼우면 우울증뿐 아니라 인지장애와 치매의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우울증 증상이 오래가거나 평소 혈관성 질환이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경동맥은 다른 동맥보다 두께가 굵고 피부와 가까워 초음파로도 검사할 수 있다.
혈관벽 두께는 노화와 담배, 과음, 스트레스, 비만 등으로 두꺼워진다. 평소 건강한 식습관과 올바른 생활습관 유지를 통해 혈관벽 두께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통한 정기 점검도 바람직하다. 경동맥 혈관벽 두께를 감소시키는 데 유효한 건강기능식품도 시중에 나와 있다.
연세중앙내과 조세행 원장은 “고령일수록 혈관성 우울증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중년층에게서 혈관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경동맥 혈관벽 두께가 혈관 건강관리의 지표로 새로이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