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발작 막는 신약 국내서 개발 성공
뇌에서 마이크로RNA를 조절해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신약이 국내 대학병원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마이크로RNA는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짧은 리보핵산을 가리킨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상건, 주건 교수팀은 뇌전증 환자의 뇌조직과 동물모델에서 마이크로RNA-203(mir-203) 발현양이 증가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억제하는 신약개발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는 서울대 학내 벤처기업인 어드밴스드엔티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최근 국제학술지인 ‘분자신경생물학(Molecular Neurobiology)’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전증 뇌에서 증가된 mir-203이 신경세포 활성 억제에 관여하는 글라이신 수용체 베타 서브유닛(GLRB)을 감소시켜 신경세포 활성이 지나치게 증가돼 발작을 일으킨다. 연구팀이 개발한 mir-203 억제 약물을 콧속에 뿌려 투여한 결과, 뇌전증 발작 발생빈도가 70% 이상 억제됐고, GLRB의 발현은 정상수준으로 회복됐다. 발작 억제효과는 2주 이상 지속됐다.
연구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와 함께 영장류를 대상으로도 비강 내 투여 실험을 진행했다. 현재 mir-203 억제제(ANT-203)를 임상시험단계로 진입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주건 교수는 “이 기술이 제품화, 상용화되면 뇌전증 치료에 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인구 1천명당 6.5명꼴로 발병할 만큼 흔한 신경계 질환이다. 유전적으로도 생길 수 있으나 대부분 심한 뇌 손상, 스트레스, 바이러스 감염, 면역체계 붕괴 등 여러 자극들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병한다. 아직까지 근본적인 뇌전증 치료법은 없으나, 환자의 60%는 항뇌전증 약물을 복용해 증상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뇌전증 환자의 30-40%는 처음부터 약물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점차 약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약물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들은 정신질환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많고, 진행성 발작과 인지기능 손상으로 조기 사망하기도 한다. 더욱이 장기적인 약물 사용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고, 심각한 약물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문제이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뇌전증 환자의 실업률은 매우 높다. 뇌 절제수술로 호전되기도 하나, 재발 위험과 뇌 절제에 따른 다양한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 연구팀은 “수술이 아닌 치료제를 써서 약물내성을 억제하고, 대증적 치료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뇌전증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