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효과, ‘책임 분산’ 그 이상의 이유 있다

방관자 효과, ‘책임 분산’ 그 이상의 이유 있다

 

어둑하고 으슥한 뒷골목에서만 범죄가 일어날까? 그렇진 않다. 환한 대낮 사람들이 바글바글 복작복작 모여 있는 시내 한복판에서도 사건은 일어난다. 많은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서 맥없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범죄현장을 방관하고 마는 걸까.

선행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책임 분산’에 두었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또 다른 연구는 책임 분산 그 이상의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범죄현장을 지켜보기만 하고 그 누구도 피해자를 도우려 하지 않는 현상을 두고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라고 부른다. 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는 1964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새벽시간대 뉴욕의 한 주택가를 지나던 여성이 강도의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30분이 넘도록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이를 돕거나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당시 이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38명이었지만 단 한 명의 신고자도 없었다.

물론 향후 이 사건의 상당 부분이 과장됐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인간적인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이 사건은 과장됐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세계 곳곳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폭력이나 살인의 희생자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연구자들은 ‘책임 분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해왔다. 본인이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줄 것이라는 책임 회피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하버드대학교와 뉴욕주립대학교의 공동연구팀은 이를 책임 회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여기엔 다른 구경꾼들의 관점과 시각을 고려하는 좀 더 다차원적인 사고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 다른 구경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려하게 된다. 즉 범죄현장을 함께 목격하고 있는 또 다른 구경꾼들도 희생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지, 다른 구경꾼이 또 다른 구경꾼의 생각을 인지하고 있는지 등의 복잡하고 반복적인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방관자효과는 단순히 다른 사람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거나 부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2000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방관자효과를 촉발할 수 있는 게임을 진행했다.

2~5명이 팀을 이뤄 마켓 가판대를 빌려 하루에 1달러씩 벌어야 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리고 마켓 매니저는 가판대 팀원 중 한 명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때 매니저를 도운 사람은 그날 수입의 절반이 손실을 입는 상황에 처했다. 또 만약 그 누구도 매니저를 돕지 않는다면 팀원 전원이 1달러씩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매니저가 실험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모든 팀원들이 듣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알리기도 했고 각 개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다른 특정한 팀원에게 도움을 달라고 전달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 매니저가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팀원이 2명인 그룹보다 5명인 그룹이 매니저의 도움을 좀 더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의 책임 분산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니저가 이메일로 요청했을 때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다른 팀원들이 매니저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좀 더 도움을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책임이 분산되는 문제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해 도움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볼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요령이 있다고 보았다. 가령 이메일로 도움을 청할 땐 참조에 다른 사람을 같이 넣는 전략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함께 고려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단 의미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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