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유형은 세 가지, 당신은 어떤 스타일?
인도, 횡단보도, 지하철역 중앙홀 등을 걷다보면 항상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는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 두 사람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대로 서로를 향해 직진해온다면 부딪힐 수밖에 없겠지만 대부분 그럴 일은 없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보행자는 총 세 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에 부딪히지 않고 피해갈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서로 부딪힐 수 있는 거리에 있을 때 자신의 걸음 속도를 늦추며 상대방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상대방이 알아서 피해가길 바라며 걷는 사람도 있다. 또 두 가지 양상을 함께 보이는 사람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이러한 연구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이 실험참가자 20명을 모집해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를 설정해 실험을 진행했다.
젊은 성인들을 두 명씩 짝지어 한 쪽 벽면의 양쪽 모서리에 서도록 했다. 그리고 각자 대각선 방향에 있는 또 다른 모서리로 걸어가도록 했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속도로 대각선 방향을 향해 직진한다면 두 사람은 중간 지점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동안 상대방과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두 사람이 길을 걷는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점도 공지했다. 즉 의사소통 없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나이, 신장, 체중 등을 측정하고 성격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일관성 있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총 세 가지 유형의 보행자로 분류가 가능했던 것이다. 실험참가자의 25%는 서로 마주치게 되는 지점에서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또 다른 25%는 걸음을 재촉하며 자신이 먼저 교차되는 지점을 재빨리 가로질러 지나가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두 가지 행동 양상을 번갈아가며 보였다.
연구팀이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도보 전략과 성격, 나이, 신장, 몸무게 등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특별한 연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성격이 외향적인가, 내향적인가, 신체 사이즈가 큰 편인가, 작은 편인가 등의 여부와 무관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좀 더 대담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좀 더 소심해지거나 조심성 있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절반 가량의 사람은 양면적인 측면을 모두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좀 더 큰 방에서 보다 많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번째 실험 결과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번 실험 규모의 크기가 작고 실험참가자들이 서로 동일한 방향으로 걷고 있을 때와 같은 또 다른 시나리오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이번 연구의 허점이 지적된다.
하지만 사람의 주된 성격과 별도로 상황에 따라 지배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과 좀 더 소심한 기질을 보이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점은 흥미롭다. 각 개인의 한 가지 행동 양상만을 보고 상대방의 전체적인 성향을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