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음주운전 “알코올 중독 가능성 높아”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면 알코올 의존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중독으로도 불리는 알코올 의존증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과도한 음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이 손상되는 만성 질병이다.
29일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일주일간 외래와 입원 환자 중 운전자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경험해 본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78%를 차지했고, 이 중 61%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온 상습 운전자였다. 셀 수 없을 만큼 음주운전을 했다는 환자도 26%나 됐다.
음주운전 당시 음주량은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소주 1병 이상 또는 맥주 2000cc 이상이 69%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20%는 ‘자신이 마신 술의 양조차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음주운전 경험자 중 69%는 실제 단속에 걸려 면허 정지나 취소, 징역, 벌금형 등에 처한 적 있고, 그 중 절반가량은 면허 취소나 집행유예 기간에도 음주운전을 해봤다고 답했다.
이들은 음주운전을 한 이유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 문제없을 것 같아서(24%) ▲조금만 운전하면 집에 도착할 수 있어서(23%) ▲음주운전을 한 적 있지만 단속에 걸린 적 없어서(11%)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해서(8%) ▲운전하려는 길에는 단속이 없다고 생각해서(7%) 등을 꼽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허성태 원장은 “모든 음주운전자를 알코올 중독자로 볼 수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해온 사람이라면 음주 문제가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단지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중독 상태에 이르거나 건강상 문제가 발견되는 등 상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 음주 문제를 치료하지 않는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8%는 음주운전 단속 적발이나 처벌 이후 자신의 술 문제를 인식했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환자는 단 4%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65%는 ‘스스로 술을 조절해서 마시거나 끊어야겠다’고 했고, 22%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대부분의 주에서 알코올 치료를 명령한다. 1회 적발되면 9개월,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는 30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뒤 의학, 심리 등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면허 재취득 자격이 주어진다. 캐나다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면 심리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고, 심사를 통해 면허 회복이 결정된다. 독일은 상습 음주운전자의 면허를 평생 정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도 결격 기간이 지나면 재취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허성태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술을 조절하거나 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음주운전을 단순 과실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인 동시에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