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 염증 주의
허리가 아프면 보통 디스크를 의심한다. 하지만 젊고, 어린데도 그렇다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디스크 탈출이 아니라 척추에 생긴 염증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와 등, 목이 서서히 굳어지는 강직척추염을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방치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강직척추염은 생소한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이다. 10~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국내 환자수가 3만7천여명에 이른다. 한번 관절이 강직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어 초기에 제대로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척추가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서서히 시작된 허리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아침에 일어나거나 한 자세로 오래 있을 때 엉덩이 통증이 심해지면서 뻣뻣해지다가 운동한 뒤에 통증이 호전되는 경우라면 강직척추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새벽에 아파서 잠을 깰 정도라도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해서 피곤해서 아픈 것으로 착각하고 방치하는 경우들도 있다.
특히 어린 10대 때부터 발뒤꿈치나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자주 생기거나, 포도막염 등으로 눈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진다면 강직척추염의 주요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무릎이나 발목이 붓거나 가슴통증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증상을 오인해 소염진통제만 복용하면 허리를 못 펼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게 된다.
중앙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상태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치료가 늦어질 경우 엉치엉덩관절이나 척추가 점점 굳어지는 것은 물론, 발뒤꿈치나 무릎, 앞가슴뼈 등과 같은 말초 관절염으로 염증이 번질 수도 있다”며 “염증이 지속되면 척추가 붙어 몸이 앞으로 굽어져 20~30대에도 허리와 등이 꼬부라질 수 있으며, 포도막염, 염증성장질환, 건선, 대동맥판막질환, 호흡기질환 등 전신적인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고 했다.
강직척추염의 발생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면역반응 이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엔 담배가 강직척추염 발병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예방하기 어려우나,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척추가 휘고 굳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
최상태 교수는 “강직척추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금연과 함께 스트레칭을 통해 뻣뻣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운동, 아울러 수영이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 및 적절한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비스테로이드항염제 및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