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다르다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만큼 인생의 보편적 진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 의미가 상당히 모호하고 막연하다. 도대체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라는 의미일까.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보단 본인이 느끼는 진실한 감정,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상 현실은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자기 모습을 더욱 중시하는 시대로 변질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외부지향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추세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남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다른 사람도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데 상당히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걸 두고 심리학에서는 ‘초정확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초정확성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가령 본인 스스로 자신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평가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추론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생각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란 의미다.
연구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심지어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조차 생각의 일치를 보이기 않는다. ‘성격연구저널(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실험참가자들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성격과 주변 친구 혹은 가족들이 생각하는 성격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를 ‘맹점’이라 칭했다. 다른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합의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셀피(셀카)에 대한 지난 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생각할 때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진과 다른 사람이 실질적으로 호감 있게 생각하는 사진은 서로 달랐다. 그 만큼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단 독일 마틴루터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본인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는 기분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행복감이 높은 사람은 주변 시선과 다르게 본인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울감이 큰 사람은 좀 더 차갑고 냉정하게 현실적인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 이는 우울한 사람은 자기 고양적인 편견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