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편견에 불과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편견에 불과

 

우리는 정말 무례함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버릇이 없어!”라고 말하는 시대, 진짜 몰상식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걸까.

사실상 어느 시대든 이와 동일한 불평을 했다. 미국 알프레드대학교 엠리스 웨스타콧 교수가 ‘국제응용철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pplied Philosoph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갈수록 무례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생각이다. 고서들을 보면 고대 그리스나 로마 문헌에도 요즘 사람들은 무례하다는 불평 내용이 실려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유럽심리학저널(European Journal of Psychology)’에 실린 독일, 캐나다 등 공동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나날이 무례해지고 있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남을 저평가하는 이기적인 편견이 이 같은 생각을 낳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이 200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무례한 상황을 예로 들고, 본인이 이 상황에 관여하고 있는 상태라고 가정해보도록 했다. 가령 버스 탑승객이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거나 손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내뿜는 사람이 있는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실험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본인이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이 같은 무례를 범하는 당사자라고 생각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상대방의 실례에 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도록 했다.

또 각자의 입장에서 이 같은 무례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사적 영역을 얼마나 침범했는지, 이로 인해 입은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개인의 책임인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가해자가 사과를 해야 하는지, 피해자는 용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자신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가해자 입장에 있다고 상상했던 실험참가자들은 이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평가하며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았고 사과할 필요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피해자 입장에 있던 실험참가자들은 상황을 심각한 것으로 몰고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결과를 통해 볼 때 사람은 본인의 무례한 행동은 관대하게 평가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은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 단호하게 평가한다고 보았다. 문제는 상대방의 불쾌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참거나 용서해야 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무례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참고 용서하다보면 요즘 사람들은 무례하다는 편견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즉 실질적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무례해지고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겐 너그럽고 타인에겐 냉정한 태도가 무례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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