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새어 나가는 건 ‘멀티태스킹’ 탓?
비밀은 개인 혹은 몇몇 사람들끼리만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고 감추는 일이다. 누설하지 않기로 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떠벌린다면 이는 함께 비밀을 공유하기로 한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고, 상황에 따라선 윤리적 의무를 거스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은 좀처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뭘까.
비밀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명쾌한 해석은 아직 불가능하다. 하지만 비밀을 함께 지키기로 한 상대방에 대한 충성심이 높을 때조차 종종 비밀이 새어나간다는 것은 비밀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일인지 짐작케 한다. 인지적 부담이 큰 과제라는 의미다.
비밀을 지키려면 상황을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밀을 공유해도 되는지 등의 여부를 탐색하고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아트 마크맨은 미국 뉴욕매거진을 통해 “우리 뇌는 정보를 처리하고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할지 재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과부하에 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설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흘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비밀을 지키는 일은 정신적으로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미국 유타대학교가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꺼번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은 업무수행능력을 떨어뜨린다.
멀티태스킹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상위인지’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상위인지란 지식을 습득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유타대학교 데이비드 스트레이어 교수에 따르면 한꺼번에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는 조심성이 줄어든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놓치게 된다는 의미다.
스트레이어 교수팀은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일어나는 일을 살폈다. 그 결과, 이 같은 병렬처리를 할 때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할 이야기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명확히 구분 짓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멀티태스킹만이 문제는 아니다. 유혹에 끌린다는 점도 비밀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다. 상대방이 모르는 사실을 자신은 알고 있을 때 이를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 상대방의 놀란 반응을 보고 싶은 유혹에 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과 유혹을 견뎌야 하는 이중고가 바로 비밀이 쉽게 새어 나가는 이유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