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커플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울증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만 괴로운 병이 아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병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인 커플 중 한 명 혹은 둘 모두가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연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이 로맨틱한 관계에서 우울증이 미치는 파급력에 대해 연구했다. 커플 중 한 명 혹은 두 명 모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각 커플들에게 우울증이 그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각자의 생각을 물었다.
총 135커플이 이번 연구에 참여했고,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연구팀의 질문에 답했다. 실험참가자들의 평균연령은 40세이고, 커플의 70%는 이미 결혼했거나 결혼하진 않았지만 평생 함께 할 것을 맹세한 사이다.
연구팀이 가장 중점적으로 살핀 부분은 우울증이 커플에게 어떤 감정적 대가를 치르도록 만드는가 하는 부분이다. 또 로맨틱한 관계유지, 육체관계,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대해서도 살폈다.
분석 결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우울증이 없는 파트너에게 미치는 영향이 확인됐다. 가령 상대방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체로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자녀를 함께 책임지고 양육해야 하는데, 공동육아를 분담하기보단 편부모처럼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심지어 배우자를 아이 돌보듯 해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매일 아침 깨워줘야 하는 것은 물론, 먹고 운동하고 씻도록 독촉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울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둔 한 남성은 우울증의 전염효과에 대해 묘사하기도 했다. 상대방이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면 자신도 속수무책으로 무력해진다는 것이다.
또 우울증이 있는 남편을 둔 아내는 자신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지에 대해 토로했다. 남편이 더 이상 육체관계를 원하지 않아 둘 사이의 친밀한 스킨십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매우 외롭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당사자 역시 상대방과의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앓고 있는 우울증으로 인해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상대방의 이해 부족이 좌절감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출구 없는 어둡고 깊은 구멍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행동이 정상범주를 벗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도 보였다.
단 일부 커플에게는 불행 중 한 가닥의 희망이 엿보였다. 커플 양쪽 모두 우울증이 있는 케이스 중 일부는 우울증이 둘 사이의 친밀도를 조성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런 커플들은 친밀도가 높고 서로에 대한 지지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둘 관계가 무조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단 점에서 보다 상세한 연구를 통해 관계 개선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 및 개인관계(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