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적인 사람, 슬픈 음악에 털 쭈뼛 선다 (연구)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다가 몸서리가 친다거나 한기를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땐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음악 선율이 지나간 사랑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하고, 영화 속 한 장면이 이별한 추억을 회상토록 만들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슬픈 감정이 들면 으슬으슬 추울 때와 유사한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미첼 클로버 연구원의 최근 연구내용에 따르면 슬플 때 털이 쭈뼛 서는 현상은 ‘피부 오르가슴’이라고도 불리는 일종의 전율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소름 혹은 닭살이 돋는다는 표현으로 설명된다.
포유동물은 쌀쌀하고 냉랭한 기운을 느끼면 모낭 주변의 근육들이 수축된다. 이로 인해 털이 똑바로 서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의 포유동물들과 달리 사람은 털이 점점 소실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지만 근육은 여전히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털이 직립하듯 선다.
동물학자인 캐나다 궬프대학교 조지 A. 부베니크 교수는 과학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통해 닭살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킬 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위협, 두려움, 격분, 흥분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 이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전율은 닭살처럼 겉으로 확인 가능한 현상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좀 더 정의내리기 어렵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몸서리친다거나 손발이 저리고 얼얼한 느낌이 들며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 때도 한다. 보통 이런 느낌은 등 위쪽과 목 근처에서 시작돼 온몸으로 퍼진다.
그렇다면 왜 일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전율을 자주 느낄까. 아직 정확히 규명된 부분은 없지만 최근 한 논문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던졌다. ‘음악저널(Psychology of Music)’ 5월호에 실린 클로버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성격적 특징이 이 같은 차이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성격검사를 진행한 뒤, 3가지 극적인 음악들(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Oogway Ascends/ Herr, Unser Herscherr)을 한 토막씩 들려줬다. 그리고 생리학적 자극을 측정하는 장치를 연결해 음악을 듣는 동안 전율이 일어날 때마다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실험 결과, 마음이 열려있는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전율을 느끼는 빈도수가 높았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가치관, 판타지 등에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 특히 이 같은 특징을 보였다.
왜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전율을 잘 느낄까. 연구팀은 이를 인지적 영역 안에서 해석했다.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지적인 관점에서 음악에 몰입하는데 이로 인해 더욱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전율은 단순한 감정적 동요가 아니라 인지능력 차이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