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동정하면 나약해질까?
자기 자신에게 인색하거나 엄격한 사람은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자기비하에 빠지거나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사라진다. 반대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은 어떨까. 이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크고, 나쁜 일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보고가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를 배려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캐나다, 독일, 미국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감정이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가령 본인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란 우려다. 이들은 세계적인 동기부여 연설가인 지그 지글러가 말한 “본인에게 엄격해야 삶이 훨씬 쉬워진다”는 말에 동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팀이 젊은 성인실험참가자 1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다소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조차 사실은 자기연민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기연민을 느끼는 정도와 성공, 평등 등 다양한 개념에 대한 가치관을 평가했다. 그리고 실패와 관련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이에 대해 상상해보도록 했다. 하나는 실패한 자기 자신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용서하는 시나리오이고, 또 하나는 자신에게 비판적이고 엄격한 평가를 내린다는 시나리오다.
이 같은 두 가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본인에게 드는 감정을 묻자, 평소 자기연민의 감정을 절제해온 사람도 사실상은 본인의 웰빙을 위해선 자기연민의 감정이 필요하단 견해를 보였다. 단 이런 감정은 의욕적이고 책임감 있고 겸손하며 경쟁적인 기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자기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을 때 좀 더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즉 자기연민이라는 감정에 대한 관점 차이는 성취감이나 성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그룹 모두 자기연민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있지만 성공과 성취감을 잣대로 평가할 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그룹도 있다는 것이다.
자기연민의 감정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감정이 스스로를 나약하게 만들고 의욕을 저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자기연민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감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줄이고 올바른 시각과 관점으로 본인에게 친절과 애정을 베풀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자아와 정체성(Self and Identity)저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