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치료 논란 만성요통, 비수술 지침 나왔다

과잉치료 논란 만성요통, 비수술 지침 나왔다

 

평생 허리 한 번 안 아파 본 사람이 있을까. 급증하고 있는 척추질환자들을 상대로 한 비수술 과잉치료가 난무하자 대한척추외과학회가 만성요통 치료 지침을 발표했다. 환자를 뾰족하게 분류하기 힘든 만성요통에 대한 비수술 치료 지침이 마련되기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학회에서 지침 개발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은 유기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전인 지난 25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몇 년간 척추질환 관련 과잉치료가 이슈화되고, 국내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법의 권고가 어려워지면서 전문의들이 치료에 참조할만한 학회 차원의 가이드라인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만성요통은 환자 특성과 치료자에 따른 진단의 차이가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치료법이 난립해 있고, 치료법에 따라 의료비 격차도 심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법 역시 많다. 이렇다보니 환자 예후도 제각각이어서 질환은 더욱 만성화해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국민건강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만성요통 진단, “어렵고 애매해” = 학회는 일단 18세 이상 성인 남녀 중 12주 이상 요통이나 둔부통이 지속되고, 척추질환 중 외상이나 특별한 질환과 상관없이 퇴행성 변화를 동반하면서 하지 방사통이나 신경근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를 만성요통 환자로 분류했다.

학회 차기 회장인 김환정 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만성요통이 넓은 의미로 쓰이지만, 실제 만성요통으로 진단 가능한 환자 수는 많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의사들도 엄격한 잣대로 기준을 대면 만성요통은 흔하지 않고, 진단 자체도 매우 어렵고 애매하다”고 전했다.

만성요통은 급성요통과 달리 통증이나 장애의 정도가 심하진 않다. 하지만 늘 허리가 무겁고 통증이 계속되며, 찜질이나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는 듯 하다가 조금만 허리를 써도 통증이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환정 교수는 “가장 어려운 것이 고령층 만성요통 환자보다 젊은 환자들이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통증의 원인을 몰라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 이들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고령층 퇴행성 변화에 따른 만성요통은 큰 이슈가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지침은 동일한 대상 인구를 가지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것 중 공신력 있는 의학단체, 학회나, 국가 주도로 작성되고 널리 인정된 형식을 갖춘 해외 치료 지침을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게 개작됐고, 여기에 의학적 근거가 입증된 최신 관련 논문의 내용이 추가됐다. 학회는 이러한 사항을 종합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침습적 치료에 대한 최종 권고안을 제시했다.

비수술 치료 지침, 3년 주기 개정 = 약물치료로는 1차 또는 2차 약제로 ‘아세트아미노펜’과 ‘일반 소염 진통제’의 단기간 사용이 권고됐다. 다만, 사용 약제의 금기증을 주의하고, 합병증과 부작용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근이완제’와 ‘항우울제’는 부분 권고됐으며, 복합치료의 일종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역시 사용 약제의 금기증을 주의해야 하며, 장기간 사용은 금해야 한다. 항우울제 중 삼환계 우울증제(TCA)는 저용량에서 점차 증량해야 하며, 2개월 전후로 사용할 때 효과적이다.

‘강성 및 약성 마약성진통제’는 1차 약제의 효과가 없을 때 복합치료의 일종으로 부분 권고됐으며, 상태에 따라 경피적 진통제 역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항간질제’는 권고되지 않았다. 만성요통 환자에게 간섭파 치료와 레이저 치료, 척추 보조기, 단파 심부 열 치료, 초음파 치료, 열 치료, 견인 치료, 신경 전기자극치료 등의 물리치료는 이번 지침에서 권고되지 않았다.

침습적 치료에서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술, 요추 내측분지 차단술, 요추 후관절 주사술, 천장관절 주사술, 경피적 고주파 신경 차단술은 증상을 유발한 병소가 확인되고, 1차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 부분 사용하도록 권고됐으며, 진단 목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추간판내 고주파 열 치료술은 경막외 주사술을 포함한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추간판성 통증 환자 또는 추간판 높이가 유지되는 단분절 추간판 내장증을 가진 젊고 활동적인 환자에게 부분 권고됐다. 증식치료와 통증 유발점 주사는 권고되지 않았다. 지침에서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언급된 권고 또는 부분적 권고 수준의 단독 치료법 보다는 복합 치료를 권고했다.

유기원 교수는 “이번 치료 지침은 만성 요통의 적절한 치료법을 권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의학적 타당성과 객관성 있는 근거 중심적인 접근법으로 제시했다”며 “의사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택하고, 환자 스스로도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며 “3년 주기로 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척추외과학회장인 이규열 동아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상황에서 만성요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수술 치료법이 소개됐으나, 치료법과 결과가 다양해 적절한 치료법을 권고하기 어려웠다”며 “개별 환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의 경우 담당의사가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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