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의 처음이자 끝 ‘안정화’
●김리나의 굿모닝 필라테스(86)
‘안정화.’ 필라테스 수업에서 강사가 가장 많이 강조하는 단어 중 하나다. 초보 회원들은 “안정화? 뭘 안정화하란 말이지?” 하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필라테스는 세계대전 중 병원에서 환자의 재활을 목적으로 이용된 운동법이니 만큼, 신체의 ‘안정화’라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표현일 터. 하지만 일반적인 근력운동이 ‘더 많이’ ‘더 빠르게’를 요구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안정화’라는 말은 다소 뜬금없이 들릴 여지도 충분한 것이다.
이럴 땐 필라테스의 기본이론으로 돌아가 보면 비로소 이해가 된다. 큰 힘을 발휘하고 신체의 쉐이프를 만드는 바깥 외재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근육들이 바른 기전으로 움직이도록 신체 심부의 내재근인 안정근(stabilizer)에 집중할 때만이 외재근과 내재근을 모두 골고루 쓸 수 있다는 것.
근육의 작용 ‘순서’만 보아도, 안정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어떠한 움직임을 하더라도 가장 먼저 반응해야 하는 것이 안정근이다. 사지 근육이 먼저 반응하게 되면 외재적 힘이 다시 내부로 되돌아와 내재적 스트레스를 발생시키게 된다. 그래서 필라테스에서 ‘안정화’란 코어(core)라고 불리는 몸의 심부 근육을 먼저 확보한 뒤 외재적 움직임을 수행하는 순서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안정근 사용은 움직이는 동안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모든 동작에 앞서 가장 먼저 작동함으로써 신체적인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필라테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정근은 그럼 어디에 있을까? 복근 중 가장 심부에 위치한 복횡근(transversus abdominis, TA)이다. 필라테스에서 복근 운동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필라테스가 호흡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횡근은 복부의 가로모양 근육. 위로는 횡격막과 아래로는 골반기저근, 뒤로는 척추의 다열근을 이용해 호흡을 통해 복압을 높임으로써 압박할 수 있다)
오늘은 대표적인 복근운동인 ‘ab prep’ 동작을 배워보도록 하자.
내재근인 복횡근에 집중하지 않으면 외재근인 복직근(rectus abdominis)만을 지나치게 사용하게 되면서 복근이 볼록 튀어나오는 모양이 보일 것이다. 복근의 내외재근을 모두 잘 사용한다면 복근이 두텁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고 납작해 보일 것이다. 약간 타이트한 옷을 입고 눈으로 복근의 납작함을 확인하면서 동작을 연습해보자.
복근 운동_ ab prep with arm
준비_ 매트에 두 무릎을 세우고 눕는다. 양쪽 손목을 서로 교차해서 잡아 팔로 동그란 원을 만들어 이마 위쪽으로 올려서 준비한다.
[숨을 마시며] 팔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상체를 매트에서 띄워 견갑골이 약간 뜰 정도까지만 올라온다. 시선은 허벅지 쪽으로 바라본다.
[숨을 내쉬며] 무릎을 펴서 다리를 매트에 길게 뻗는다. 동시에 팔을 허벅지 쪽으로 뻗어 상체의 굴곡을 도와준다.
[숨을 마시며] 무릎을 원래 상태로 구부리며 세우는 동시에 팔을 가슴앞으로 끌어당긴다.
[숨을 내쉬며] 팔을 머리 위쪽으로 올리며 상체를 눕혀 준비자세로 되돌아간다.
10회 반복, 3세트
FOCUS & TIP
1. 상체를 매트에서 띄울 때 복직근의 지나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복근을 움켜쥔다는 느낌보다는 흉곽의 하단을 골반 쪽으로 밀어 내린다는 느낌으로 해보자.
2. 상체는 양쪽 견갑골(날개뼈)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정도까지 올라온다. 덜 올라오면 머리무게를 목이 버텨야 해서 목이 아프고, 더 올라오면 목표한 근육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정확히 올라오도록 한다.
3. 목이나 어깨 쪽으로 긴장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4. 이 동작은 호흡을 들이마시는 순간 상체를 올라오는 복근에 대한 도전동작이다. 상체를 띄우기 힘들 경우, 호흡을 반대로 내쉬면서 시작해보자.
글·모델 / 캐나다필라테스 김리나
사진 / 끌라르떼 스튜디오 황보병조, 이현조
헤어·메이크업 / 프리랜스 메이크업아티스트 이정민
의상 / 리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