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본체로 드러나는 누드

이재길의 누드여행(29)

앙드레 드 디엔스(Andre De Dienes)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진을 통한 예술 활동은 본질적 탐구의 영역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범주를 넘어 사진은 절대적인 내면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인식된 것이다. 사진은 비로소 인간을 향한, 인간을 위한 예술매체로 인정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세계적으로 혼돈의 시대가 닥쳐왔을 때에도 우리의 예술가들은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절박한 작업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아름다움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본능’이었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인간존재의 가치를 향한 탐구와 열망과 고뇌가 수많은 예술작품을 통해 표현되었는데, 당시 사진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실에 내재하는 감동의 실체들을 좇기 시작하였다. 1930~40년대 두드러지게 활동한 사진가 중 특히 주목할 예술가는 루마니아 출신의 사진가 앙드레 드 디엔스(Andre De Dienes)다.

세계 최고의 섹스심볼 마릴린 먼로의 누드사진을 발표함으로써 그는 누드에 담긴 예술성을 대중적으로 설득하고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디엔스의 사진 대부분에는 여인의 누드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단지 옷을 벗은 여인의 형체만이 아니었다. 카메라 앞에서 절묘한 포즈를 취하는 여성들의 모습에는 각기 다른 그들만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의 누드사진에는 인간의 진솔한 단면이 언제나 담겨있다.

예술의 본체로 드러나는 누드

사실, 디엔스가 처음부터 여성 누드에 관심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1933년 프랑스 파리에서 그림과 사진을 배우면서 그는 사진, 그것도 인물사진에 대한 남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공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본격적인 상업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는데, 당시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에스콰이어, 보그, 라이프, 몽고메리 등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잡지사들과 작업하며 명성을 떨쳤다.

잡지에 실릴 인물사진을 줄곧 촬영하면서 그는 인물에 내재하는 미적 존재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1944년 로스앤젤레스로 활동무대를 옮긴 뒤에는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인물사진을 찍는 일을 하게 된다. 그가 누드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게 된 것은 바로 할리우드에서의 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당대는 물론 지금도 최고의 섹스심볼로 인정받는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의 인연도 바로 이때 시작되었다. 1945년 당시 사춘기를 겪던 19세 먼로와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디엔스는 먼로의 소소한 일상조차도 카메라에 샅샅이 기록했다. 그의 사진을 통해 포착된 먼로의 섹슈얼한 아름다움은 훗날 그녀가 세계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중요한 발판이 된다.

먼로는 디엔스의 누드사진에 녹아있는 예술성에 감동했고 또 그것을 존중했다. 디엔스의 누드사진 모델이 되려고 그녀는 선뜻 옷을 벗었고, 결국 자신의 몸에 숨은 무한대에 가까운 미적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적나라한 먼로의 누드는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 오늘날에도 그 예술성을 인정받는다.

할리우드 톱 배우이자 전 세계인의 ‘연인’으로 흠모의 대상이 되었던 먼로가 자신의 유방과 음부, 속살을 과감히 카메라 앞에 드러낸 것은, 누드가 지닌 숭고하고도 절대적인 가치를 그녀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사진1] [사진2]

먼로의 누드를 디엔스는 정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은 예외 없이 환한 빛을 내며 신비로움과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찰진 질감이 느껴지는 몸의 환상적인 굴곡, 자연스런 몸짓 등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누드의 본질이 모두 담겨있다. 그 본질은 바로 형언하기 힘든 에로티시즘이었다.

이렇듯 누드에 대한 독특한 해석, 정확한 사진기법, 그리고 에로틱한 연출은 먼로가 지닌 따뜻한 체온과 숨결을 생동감 넘치게 전해준다.

디엔스는 촬영뿐 아니라 몽타주 기법과 같은 다양한 암실기법을 통해 누드가 지닌 예술성을 향한 표현력을 극대화하였다. [사진3]

디엔스는 먼로뿐 아니라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의 누드를 촬영했다. 사진 속에 담긴 그녀들의 체온과 숨결에는 소통과 공감을 추구하는 그의 철학이 철저하게 반영되어있다. 디엔스의 사진 속 에로티시즘의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력은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으로 그의 사진에 영혼처럼 남아있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28) 누드, 소통과 교감의 산물

(27) 누드, 감동의 열망과 아름다움의 욕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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