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고지혈증 ‘이웃사촌’... “함께 치료해야”

고혈압-고지혈증 ‘이웃사촌’... “함께 치료해야”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이웃사촌’과 같다. 두 가지 병을 동시에 치료하는 약을 먹어야 심장병의 위험을 뚝 떨어뜨릴 수 있지만, 두 약을 따로 먹으면 중간에 약을 끊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복병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3명 중 1명 정도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주된 위험인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고지혈증, 고지혈증 환자의 절반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다.

국제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을 치료할 때 혈압뿐 아니라 고지혈증과 같은 동반 질환의 치료가 강조된다. 특히 심장병 환자의 50~70%는 고지혈증을 앓고 있다.

고지혈증은 ‘이상지질혈증’으로도 불린다. 피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지단백)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단백)이 낮은 게 특징이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면서 동맥벽에 침투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HDL은 남는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동맥경화증을 막는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고지혈증 환자들은 식이요법에만 기대다 실패를 겪는다. 실제 하루 식사로 섭취되는 콜레스테롤은 20~30%로 많지 않다. 나머지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합성된다. 더욱이 고지혈증의 상당수는 여러 유전자가 관여해 생기는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 기름진 음식을 즐기지 않아도 발병할 수 있어 약물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가 두 가지 약을 제때 챙겨 먹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두 병 모두 초기에 특별한 증세가 없다보니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병희 교수 등 연구팀이 19개국에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두 알을 따로 먹는 환자는 절반 이상이 약을 끊었지만, 한 알로 먹는 환자는 60~70%가 약을 계속 복용했다.

특히 혈압약과 고지혈증약 성분을 섞은 복합제 투약군은 일반 치료군보다 10년 내 관상동맥질환이 생길 위험도 1년 후 27%나 추가적으로 감소시켰다. 이는 복약순응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과 혈압약 칸데사르탄이 많이 병용투여된다. 최근 미국심장병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연구를 보면 고혈압과 심장병을 같이 앓고 있는 환자에게 로수바스타틴과 칸데사르탄을 병용투여하면 심장마비,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최대 40%가량 줄었다.

국내에서는 로수바스타틴과 칸데사르탄 복합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고대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등 국내 20개 종합병원에서 진행된다. 주로 유전으로 생기는 원발성 고지혈증을 동반한 본태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시험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만 19세 이상 남녀로 수축기 혈압 18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110mmHg 미만, LDL콜레스테롤 250 mg/dL 이하, 중성지방(Triglycerides) 400 mg/dL 미만이면 12~16주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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