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자체보다는 ‘먹는 방법’이 체중에 영향
군것질을 한다거나 캔에 든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살이 찌는 건 아니다. 최근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단 어떻게 먹느냐가 체중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자치대학교 연구팀이 18~60세 사이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체중, 식습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3.5년간 그들의 상태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기간동안 실험참가자의 30%인 528명이 3㎏이상 체중이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주 2회 이상 TV를 보면 식사하는 습관이 있다거나 식사량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계획 없이 먹는 사람이 특히 이런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가공식품, 과자, 패스트푸드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꼭 체중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이런 음식을 주 1회 이상 먹는 사람들과 체중 증가 사이엔 특별한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공인 영양사 로렌 블레이크는 미국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이 같은 결과가 의외일 수 있겠지만 사실상 별로 놀라울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꼭 유익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며 포장지에 든 견과류, 캔에 든 생선처럼 상대적으로 건강한 선택 역시 가능하다. 또 이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먹는 방식 자체가 건전하다면 칼로리를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중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체중 증가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보인 건 두 가지 행동이다. 하나는 TV 앞에서 식사를 하는 습관이고, 또 하나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지 않는 습관이다. 이 두 가지는 대책 없이 식사하는 상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체중증가를 유발하기 쉽다. 가령 과자 봉지를 뜯어놓고 TV 앞에 앉아 있으면 자신이 뭘 얼마나 먹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자신이 먹는 음식의 양과 질을 의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체중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팀의 의견이다.
단 이번 연구는 각 개인의 심리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신체활동량, 음주습관, 만성질환 등 체중증가와 관련이 있는 요인들을 참작했지만 스트레스 수치와 같은 심리적 요인은 고려하지 못했다.
또 비록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사람이 체중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상태도 괜찮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음식들은 대체로 설탕이나 나트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고혈압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비만저널(Journal Obesit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