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구조적 변이 질병 유전자 교정법 발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DNA를 잘라내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인 유전자 가위는 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교정하거나 항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세계 의학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각종 질병세포에서 유전자 변이는 아주 복잡한 염색체의 구조적 변이를 수반할 때가 많다.
22일 연세대의료원에 따르면 연세의대 김동욱 교수팀은 최근 세계적 의학저널인 셀(Cell)의 자매지인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이러한 구조적 변이를 일으킨 질병의 유전자 교정법을 한데 묶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저널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염색체 역위, 염색체 전좌, 반복염기서열의 과다증폭 변이를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 보고했다.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진 ‘염색체 역위’는 혈우병과 일부 폐암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변이이다. 이러면 하나의 유전자 가위로 뒤집어진 부위와 비슷한 염기서열의 한 곳을 잘라 재조합해 다시 뒤집거나, 두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 가위로 뒤집어진 부위의 양쪽을 잘라 다시 뒤집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염색체 전좌’는 염색체 일부분이 떨어져 나와 다른 염색체와 결합해 생기는 변이이다. 백혈병이나 육종 등 각종 암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럴 때에는 전좌 현상이 일어난 염색체 부분을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고, 이 조각을 원래의 위치로 이동시켜 고정할 수 있다.
정신지체를 유발하는 취약 X증후군과 유전성 뇌질환인 헌팅턴병과 같은 질병에서는 짧은 길이의 염기가 과다 반복되는 ‘반복염기서열의 과다증폭’이 흔히 발견된다. 정상인에서도 이러한 반복 서열은 적당한 길이로 존재하지만, 지나치게 증폭되면 유전자 발현에 이상을 초래하거나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줘 질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과다증폭된 양쪽 말단이나 한쪽 말단, 또는 반복서열 내부를 유전자 가위로 절라내 교정하면 된다.
김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변이는 생물체 진화에 있어 유전체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 혈우병, 암, 취약X증후군과 같은 유전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최근 크리스퍼 같은 맞춤형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유전체의 구조적 변이를 교정하고, 또한 질병 모델을 만들어 질병과 신약 개발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는 징크핑거 뉴클레이즈, 탈렌에 이어 크리스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Cas9이라는 단백질과 가이드 RNA로 구성된 인공제한효소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정교하며 효율적으로 원하는 유전자만 제거할 수 있어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불린다.
지난 2월 영국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인간의 초기 배아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실험이 처음 승인돼 주목받았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유전자 가위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생명윤리법에 따라 국내에서 배아를 활용한 유전자 교정 연구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