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벌난 호기심... 세계인 ‘삶의 질’을 높인 의사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박광성 교수(56)는 매일 아침 병원에서 ‘Sex’가 키워드인 논문들을 보며 일과를 시작한다. 국제성의학회의 학술지 《섹슈얼 메디신》과 대한비뇨기과학회지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어 국내외 연구논문을 교통 정리하면서 하루를 펼치고 있는 것.
박 교수는 국제 성 의학계에서 잘 알려진 ‘스타 의사’다. 20년 전인 1996년 국제성의학회의 기초 부분 최우수논문상을 받았고 2000년 임상 부분 최우수논문상과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그 젊은 연구자가 20년 동안 학회의 기둥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허벌나게’ 많은 호기심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고 여긴다. 그는 농대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과학적 마인드를 갖고 지냈다. 호기심이 많았고 궁금증이 생기면 꼭 풀어야 직성이 풀렸다.
‘여성 성기능장애 동물모델’ 세계 첫 연구...국제 성학회 스타로
1995년 성의학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보스턴 의대 어윈 골드스타인 교수의 연구실에서 삶의 전기가 될 만한 연구를 덥석 문 것도 호기심 때문이었다. 당시 그곳에서 연수중이었던 그는 수석연구원이 “여성 성기능 장애의 동물 모델을 만들어보겠느냐”고 제안하자, 기꺼이 응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게다가 세계 최초였다. 그는 암토끼에게 물리고 긁혀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성기능 신경을 찾았고 이에 대해 발표한 논문으로 국제성의학회(당시 이름은 국제성기능 및 발기부전학회)의 기초 분야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스승인 골드스타인 교수는 박 교수의 연구결과를 접하고 ㅎㅎㅎ 입을 귀에 걸었다. 스승은 여성의 성기능을 연구하는 연구모임을 출범시켰고 이 모임이 국제여성성기능학회로 발전했다. 여성성의학의 등장에 따라 국제발기부전학회는 ‘국제성기능 및 발기부전학회’를 거쳐 ‘국제성의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박 교수는 또 동아일보 과학 면에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촬영(f-MRI)에 대한 기사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전남대병원이 미국에서 스카우트한 f-MRI 프로그래머 정광우 박사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뇌가 성적 반응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연구한 논문으로 국제성의학회의 임상 분야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논문에는 “뇌 중추에 작용하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할 단서를 제공했다”는 심사평이 달렸다.
진단기기 개발- 성기능 전파 제어 등 영역 넘나들며 창의적 연구
박 교수의 호기심은 그치지 않았다. 남성성기능 및 여성성기능 진단기기 개발, 음경의 해면체로 분화하는 줄기세포 연구, 3D 프린팅으로 음경의 혈관을 만드는 연구, 전파로 성기능을 제어하는 연구 등 영역을 넘나드는 창의적 연구를 펼쳐왔다. 요즘은 인도 출신의 비노스 락쉬마난 교수와 함께 나노의학과 성 의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창의력과 열정이 샘 쏟는 의사를 주의에서 놔둘 리가 없었다. 박 교수에게는 성의학과 관련된 온갖 일들이 주어졌다. 그는 현재 두 학술지의 편집장 외에도 현재 국제성의학회 수상위원회와 교육위원회의 위원장, 국제여성 성건강연구학회 종신 위원, 대한여성성건강연구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대한성학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있다. 박 교수는 올해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공동대표를 맡아 과학의 사회 인프라 구축과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환자 만족도에 최우선... 찾아오는 당일 해법 제시를 원칙으로
이렇게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박 교수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진료를 보는데, 전국에서 몰려오는 환자에게 그날 해결책을 내놓아 두 번 걸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박 교수는 전남대 의대 노인의학센터장도 맡고 있다. 그는 “성의학과 노인의학은 교집합이 많다”면서 “나이가 들어서 건강하게 성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건강한 성을 위해서 △하루 30분 이상 매주 5번 이상 땀이 약간 날 정도로 걷기 △금연 △절주 △식습관 개선으로 적정 체중 유지하기 등을 권한다.
“뇌기능은 성기능에 필수” 건강한 노년 위한 3가지 스스로 실천
그는 자신의 건강한 노년을 위해 세 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첫째, 1주일에 5번 이상 만보를 걸으며 집과 수술실에서 틈나는 대로 운동해서 허리둘레를 2인치 줄이는 것이다.
둘째, 가능한 한 주말에 가족과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것. 그는 전남대 의대 사진반 지도교수로 매년 전시회 때 작품을 출품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학회와 모임 때문에 주말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영문학자인 부인과 여행을 가려고 노력한다. 박 교수는 “성생활은 부부의 대화”라면서 “부부가 함께 시간을 갖고 마음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뇌 건강을 위해 하루 30분 피아노 연습을 한다. 박 교수는 “뇌 건강은 성기능에서도 중요하다”면서 “예술 활동은 뇌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치매 예방과 성기능 유지에 필수”라고 설명한다. 그는 2012년 피아노에 입문했으며, 올 크리스마스 때 고려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딸이 지정한 곡을 막힘없이 연주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