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의 건강학, “하루 25번도 정상. 참으면 독”
방귀로 인해 곤혹스러울 때가 많을 것이다. 방귀(가스배출)는 건강한 사람도 생기는 자연스런 생리현상이다. 하지만 그 독특한 소리와 냄새로 인해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방귀를 피할 수 없다면 소리와 냄새 없이 뀔 수는 없을까? 방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방귀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 정상적인 방귀 횟수는 하루 14-25회
방귀가 잦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은 매일 14-25차례 가스를 분출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 나오는 방귀도 많다. 25차례 이상이라도 오래 지속되는데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약간 잦은 방귀라도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나 배변습관의 변화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체계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 방귀의 성분
방귀는 장 속에 있는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어원은 방기(放氣), 즉 공기를 방출한다는 뜻으로 방구는 방언이다. 소장과 대장에는 평균 200ml의 가스가 있고, 가스의 성분은 질소 60%, 수소 20%, 산소 10%, 이산화탄소 9%로 구성된다. 그 외 약간의 메탄가스, 황화수소 등 400여종의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 방귀 참으면 암?-냄새의 원인
방귀의 특이한 냄새는 식품의 특정성분이 발효되면서 나오는 암모니아 등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가스의 양과 냄새는 섭취 음식물의 종류와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방귀 자체가 위험하거나 건강이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방귀의 냄새를 ‘시큼’, ‘매캐’ 등으로 구분해 각각의 원인을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보기 힘든 속설에 불과하다.
악취의 원인은 메탄가스, 인돌, 스카톨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메탄이 구린내를 피우는 가스이고, 특히 벤조피렌과 나이트로자민이라는 가스는 강력한 발암성 물질이다. 따라서 방귀를 참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론도 있다.
◆ 콩류제품 섭취 후 많이 발생
가스는 우유 등의 유제품과 콩류를 먹은 후 특히 자주 생긴다. 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종 교수는 “이들 식품들이 가스를 잘 만드는 이유는 사람의 소장 내에는 정상적으로 이들 식품을 분해할 효소가 적거나 없기 때문”이라며 “유제품과 콩류가 소화가 덜된 상태로 대장에 도착하면 대장 내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많은 양의 가스를 만들게 된다”고 했다.
이밖에 양파, 샐러리, 당근, 바나나, 살구나 자두 등도 가스를 많이 생산해낸다. 반면에 비교적 가스를 적게 생산하는 식품들로는 육류, 생선, 상추, 오이, 토마토, 포도, 쌀, 계란 등이 알려져 있다.
◆ 수술 후에는 방귀를 뀌고 나서 식사
전신마취 수술을 한 경우 마취로 인해 내장의 움직임이 약해져 연동운동이 거의 중단된다. 그러면 음식을 먹더라도 이를 이동시키고 소화시킬 수 없게 된다. 수술환자에게 방귀가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바로 장이 연동운동을 시작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방귀는 장의 연동운동 첫 증인 역할을 한다.
◆ 식이제한으로 방귀를 확 줄인다?
사회활동 등을 이유로 방귀 횟수를 줄이거나 예방을 원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식이제한이다. 즉 가스를 잘 만들게 하는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스를 잘 만드는 식품들이 여러 종류의 가공식품에 미량이나마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식품에 대한 각 개인의 반응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개인들이 가스를 잘 유발하는 식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효종 교수는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힘든 식이제한 이외에 현재까지 가스치료에 효과적인 약제는 없다”면서 “최근 유전학적 조작을 이용해 식품 중 가스를 유발하는 성분을 변화시키거나, 대장세균의 발효기능을 변경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