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예고하는 성인병 잡는 국산약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대형 영화를 흔히 블록버스터라 부른다.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약 시장에서도 100억원 넘게 팔린 약은 블록버스터로 불린다. 그만큼 수요도 많고, 약효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만성질환 시대를 맞아 21세기 역병으로 불리는 대사증후군을 잡는 국산약들이 올해에도 처방약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등극을 예고하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대표적 성인병인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이 여럿 겹친 상태를 가리킨다. 한미약품이 지난 해 11월 출시한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은 나온 지 넉 달 만에 처방액 24억원을 넘어섰다. 다달이 꾸준한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는데 1월과 2월에 각각 8억원, 1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억원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수젯은 간과 소장에서 콜레스테롤 합성과 흡수를 이중으로 억제해주는 약이다. 현재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의사들을 상대로 로수젯 심포지엄을 진행 중인 한미약품은 81개 주요병원에 이 약을 안착시키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약품 박명희 상무는 “국내 고지혈증 환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스타틴 단일제보다 우수한 효과를 입증한 복합제”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및 고지혈증 복합제인 ‘로벨리토’도 올해 기대된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이 약은 지난해 원외처방액에서 136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로벨리토는 ARB계열 고혈압치료제 ’이르베사르탄’과 스타틴계열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복합신약이다.
대웅제약의 ‘올로스타’도 눈여겨 볼 약이다. 지난해 블록버스터 기준인 100억원대에 육박한 99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올로스타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복합 개량신약이다. 세계 최초로 ARB계열의 올매사탄과 스타틴 계열의 로수바스타틴 복합 성분으로 개발됐는데, 약물 상호작용이 없어 두 약을 병용 투여할 때와 동등한 효과를 낸다. 여기에는 두 약의 시간차 방출을 유도하는 대웅제약의 특허기술이 적용됐다.
올로스타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반한 환자에서 치료효과와 복약순응도가 높은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임상2상을 마치고, FDA에 신약허가신청을 추진 중이다. 서울의대 순화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국내 2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올로스타 투여군의 90% 이상이 LDL 콜레스테롤 치료목표에 도달했고, 70% 이상이 고혈압 치료목표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LG생명과학의 당뇨신약인 제미글로와 표준치료제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제미메트’도 지난해 82억원의 처방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전년대비 240%가 넘는 성장률이다. 올해 코프로모션을 맡은 대웅제약이 다국적 제약사 MSD의 당뇨약인 자누비아의 대항마로 키울 계획이어서 블록버스터 등극이 예상된다. 제미글로는 이미 200억원대 품목으로 덩치가 커졌다.
최초의 국산 고혈압신약인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단일제 처방 1위 품목으로 성장했다. 발매 첫해인 지난 2011년 100억원 매출을 기록한 뒤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27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초대형 품목이 됐다. 중남미 등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보령제약 정형진 상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0년 후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등 세 가지 병을 하나의 약으로 커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