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직사각형의 요가 매트에 숨은 의미
●김현진의 굿나잇 요가(85)
이미 오래전부터 ‘요가 좀 한다’하는 뉴요커들은 플랫슈즈에 요가매트를 한쪽 어깨에 메고 거리를 활보했다. 불과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가끔 목격하곤 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이 한쪽 어깨에 악기가방을 멘 느낌이랄까.
요가하는 이들에게 매트는 단순히 소품이나 도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요가 수련이 진행되는 곳을 가보면 요가매트가 질서정연하게 바닥에 깔려있거나, 수련실 한 구석에 돌돌 말려 차곡차곡 쌓여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요가는 특성상 중력을 밀어내거나 바닥에 몸을 밀착하고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때 딱딱한 바닥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위생상 매트를 이용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매트를 쓰지 않고, 요가 수련실 바닥 전체를 매트 소재로 깔아놓는다면 더 편할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요가 매트의 의미와 용도를 알고 쓰면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요가매트... 내 삶의 테두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의 요가자세는 각자 올라서있는 매트 안에서 몸이 벗어나지 않도록 진행된다. 그 안에서 몸이 한쪽만 보지 않고 차근차근 여러 방향을 향하면서 편향된 스스로의 습관을 알아차리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편향됐는지에 따라 자세마다 몸에 전해지는 통증이나 자극이 사람마다 다르다.
요가의 특성상 호흡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자세에서 머문다. 이때 기분 좋은 자극을 느낄 수도 있고 불쾌한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매트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희노애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몸이 느끼는 그것들을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느냐이다. 불쾌한 통증을 피하려고 하는지, 그 자극을 마주하면서 호흡을 유지하고 차근차근 몸의 바른 정렬을 잡아가는지, 잠시 자세를 벗어나 한 발 물러서서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지, 스스로의 태도를 지켜보는 것이다.
매트위에서의 요가는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놓은 삶의 테두리 안에서 삶을 대하는 마음상태를 몸을 통해, 자세를 통해, 집중해서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그것이 요가를 ‘운동한다’보다 ‘수련한다’라는 표현으로 쓰는 이유라면 이유이다.
가끔 요가 매트에서 일부분의 신체 또는 몸 전체를 벗어나게 해서 수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바닥에 닿는 발바닥의 낯선 촉감과 익숙한 틀을 벗어난 것에 대한 미묘한 기분이 올라오는 것을 경험한다. 이 또한 삶을 대하는 연습이라고 해도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일부 요가 마니아들은 말한다. 매트위에 서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나 희열을 느낀다고. 그리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상태를 직시하게 된다고. 요가 마니아가 된 필자도 종종 노력한다. 지금 올라서있는 매트위에서의 그 마음으로 삶을 대해보겠다고...
2. 요가 매트는 몸을 바르게 정렬하기 위한 도구이다.
요가 매트는 긴 직사각형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다양하게 긴 타원형이나 넓은 세모 모양일 수도 있는데, 왜 긴 직사각형만 있을까.
‘똑바로 누워보세요.’
‘두 발을 같은 선상에 두고 다리 벌려 섭니다.’
‘두 손을 같은 선상에 두고 바닥을 짚어보세요.’
이처럼 요가는 지도자의 설명을 들으며 수련이 진행된다. 긴 직사각형의 매트가 없다면 지도자의 설명대로 똑바로, 같은 선상에 몸을 정렬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매트 없이 몸을 바르게 정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골반과 어깨의 좌우 불균형으로 그냥 섰을 때 몸이 치우친 각도, 손끝의 높이, 발끝의 위치가 조금씩은 다르다. 그리고 매트 없이 눈짐작으로만 손과 발을 나란히 정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매트의 곧은 끝선을 보며 몸을 바르게 정렬한다면 보다 질적으로 자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긴 직사각형의 요가매트는 여러 방향에서 몸을 바르게 정렬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양인 셈이다.
그렇다고 요가 수련을 하면서 요가 매트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몸을 의지하면서 맞서는 힘을 동시에 공유하는 매트에 대해서는 알아둬야 요가수련의 참된 의미를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글, 모델 / 대한사회교육원협회 요기니 요가 김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