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쇼핑 부르는 ‘건강염려증’ 증상과 원인은?
지난해 봄 대기업에 취직한 강 모 씨(26)는 남모를 고민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변에서 대범하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유독 소심한 편이다. 그는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거나 몸에 이상 증세가 발견되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른바 ‘건강염려증’이다.
건강염려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안 장애의 한 종류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실제보다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기대 수명은 81.8세로 상위권에 속했지만 35.1%의 한국인만 스스로 "건강하다"고 답해 OECD 회원국 전체 평균 69.2%의 절반에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건강염려증’의 공식명은 ‘건강 불안 장애(Health Anxiety Disorder)’로, 사소한 신체적 증세를 심각하게 해석해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두려워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아산병원 김병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건강염려증은 유전자, 생물학적으로 뚜렷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사소한 신체적 증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겉으로는 대범한 성격에 사회성도 좋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건강문제로 전환시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은 흔히 우울증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난치성, 전염성 질환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 결벽주의 및 완벽주의적 기질,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부족과 더불어 어린 시절 부모의 중병이나 급사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다.
건강염려증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환자가 불안해하는 질환에 대해 건강검진을 진행한다.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는데도 불안과 두려움이 6개월 이상 계속돼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가 되면 ‘건강염려증’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환자들이 우울증을 호소해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의 치료제를 처방한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의사와의 지속적인 관계가 더 큰 도움을 준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심리적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의 1대 1 맞춤형 상담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닥터쇼핑’을 막을 수 있어 더 중요하다. 김병주 교수는 “건강염려증의 가장 안 좋은 예후가 ‘닥터쇼핑’”이라며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병원 측이 확인해 줘도 이를 믿지 못해 불필요한 닥터쇼핑, 불필요한 검사를 받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건강염려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만성화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 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의사는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와 질환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서로 신뢰감 형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