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멎고 4분 뒤엔... 당신이 지금 죽는다면
●정은지의 만약에(3)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정확히 죽고 난 후의 몸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 잔인한 사망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 후라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무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자연스러운 죽음에 초점을 둔다면, 죽은 후의 우리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고 썩으면 그만인데 신체 변화 과정을 알아 뭐하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죽은 후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안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타인의 죽음, 자신의 죽음에 있어 보편적인 몸의 반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죽은 후 몸의 반응이 의사나 장의사만 알 수 있는 전문적인 ‘먼’ 영역에서 조금 더 대중적인 ‘가까운’ 영역에서 이해하는 기본 정보가 됐으면 합니다.
‘죽었다’는 것은 생명활동의 영구정지 상태를 말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생명과 같이 죽음 또한 일련의 과정으로 이뤄집니다. 죽음의 첫 번째 단계는 임상적 죽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숨이 멎고, 심장박동이 멈추면서 온몸에 혈액 순환이 끊기는 것을 말하지요. 이 단계는 4-6분간 지속되며, 의식 회복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아직 뇌에는 산소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서 뇌의 영구적 손상이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장이나 눈과 같은 다른 일부 기관들도 아직 살아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두 번째 단계는 생물학적 죽음입니다. 급기야 뇌의 산소 공급이 멈추고, 신체 세포들과 기관들이 점차 죽어가는 과정입니다. 즉 뇌의 모든 신경과 신체의 모든 조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괴사하는 완전 사망을 말합니다. 임상학적 죽음 단계인 호흡과 순환의 정지에 이어 동공확대와 광 반사 소실을 시작으로 1시간 정도가 지나면 심장, 신장, 폐 등이 서서히 괴사합니다. 2시간 이후에는 간 등의 기관도 점차 괴사하고 수 시간 내지 수일에 이르러서는 피부가 썩습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죽음에 따른 몸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자세히 살펴볼까요.<그래픽 참조>
▲몇 초 내(Seconds)
① 뇌 활동이 급격해지다가 멈춥니다.
② 체온이 서서히 떨어집니다. 주변온도에 이르기까지 시간당 -16.8℃씩 감소합니다.
▲몇 분 내(Minutes)
③ 산소부족으로 세포들이 죽으면서 부패가 시작됩니다.
▲몇 시간 내(Hours)
④ 시체가 딱딱하게 변하는 사후경직이 시작되며 약 36시간동안 지속됩니다.
⑤ 근육이 이완되면서 체내 오줌·대변 등 배설물들이 나옵니다.
⑥ 피부가 쪼그라들어 머리카락·손톱이 자라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⑦ 혈액 감소로 창백해지고 피부에 붉은 얼룩이 생겨납니다.
▲며칠 내(Days)
⑧ 내장 효소(Enzymes)가 신체 피부막을 소화시키면서 몸이 녹색 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⑨ 단백질 부패성분 푸트레신·카다베린이 배출되면서 시체부패 악취가 납니다.
▲몇 주 내(Weeks)
⑩ 벌레·구더기들이 생기며, 보통 이들은 1주일 내 시체의 60%를 먹어치웁니다.
⑪ 박테리아의 번식으로 시체가 점점 보라색에서 검정색으로 변합니다.
⑫ 머리카락 등 체모가 모두 빠져 나갑니다.
▲몇 개월 내(Months)
⑬ 신체 세포조직들의 부패가 진행되면서 갈수록 뼈만 남게 됩니다.
⑭ 만약 시체 온도가 10℃에 있다면, 세포조직 분해는 해골이 될 때까지 4개월 정도 걸립니다.
죽은 사람의 몸이 배출하는 악취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역겹다고 하지요. 인간의 몸이 부패해 나는 냄새는 보통 400가지 이상의 휘발성화학물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대부분 신체 조직을 가스나 염(salts)으로 분해하는 박테리아의 활동에 의해서 생성됩니다. 이 중 가장 심한 악취의 원인은 단백질 부패성분인 카다베린(cadaverine)과 푸트레신(putrescine)이라고 합니다. 1885년 독일의사 루뒥 브리거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두 물질은 각각 아미노산 라이신과 메티오닌이 잘게 분해되면서 나오는 성분들입니다. 또한 인간에 존재하는 5가지 에스테르(Esters)의해서도 시큼하면서도 역겨운 냄새가 혼합되어 나온다고 하는데요. 에스테르는 유기산이나 무기산이 알코올에서 탈수에 의해 생기는 화합물입니다. 개구리부터 돼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에서는 약 26가지 종류가 발견되며, 과일이 썩을 때도 이 에스터스가 나와 그 냄새를 결정합니다.
생물학적 부패 과정에서 수 시간이 지나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손톱이 긴 미라가 연상될 텐데요. 정말 죽어서도 손톱이 계속 자라난 것일까요? 피부 아래에 머리카락 여포(follicle)와 손톱 염색체막(matrix)은 우리의 몸이 죽은 뒤에도 유일하게 세포가 아직 살아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머리카락과 손톱이 실제로 자라기 위해서는 신체 호르몬 조절에 의해 단백질과 오일 등의 성분들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자랄 수는 없습니다. 탈수로 인해 몸 전반적인 부피가 줄어들면서 손톱과 머리카락이 더 길어 보이는 것뿐이지요.
내 몸이 죽은 후에 어떻게 변해가는지, 잘 이해하셨나요? 육신이 죽은 후,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끝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시작이라 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살았을 때의 ‘내’가 어떻게 될지는 ‘나’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이 무엇인가를 규명하지 않고는 죽음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없다고 하지요. 현재 자신의 삶에 비추어 죽음의 해석 또한 각자 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번쯤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인간의 번민, 소원, 명성은 모두 하찮은 것일 뿐입니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시인인 소포클레스는 “가끔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져라. 그리고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이라 생각하라. 그대의 번민이 깊을지라도 밤이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번민은 곧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지요.
-이 기사는 'What happens when you die' 제목의 영국 인디펜던트, 데일리메일, BBC방송, 라이브사이언스 등의 각종 기사 및 네이처 등 시신과 관련한 연구 논문자료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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