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적응 위험 ADHD 환자 거의 치료 외면
자칫 범죄·사회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의력결핍장애(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가 의심되더라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만 6-18세 미만 아동 청소년 중 ADHD 환자는 약 6.5% 정도인 반면, 환자 치료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학회 이소영 이사장(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ADHD는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폭력, 약물중독, 왕따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성인기에서 범죄·사회부적응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ADHD를 앓으면 사이코패스 등 다른 정신질환에 취약하므로 일단 ADHD로 의심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HD는 아동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등 3대 핵심 증상을 보이며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로에프네피린의 이상 작용으로 주의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뇌 기능이 저하돼 발생한다. 발생 원인은 크게 유전적 성향과 환경적 성향을 꼽을 수 있는데, 부모나 형제가 과거에 ADHD를 앓았거나 환자 어머니가 임신 중 오랫동안 흡연·음주·약물 복용 등을 했다면 자식이 ADHD를 앓을 확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ADHD는 보통 성인기로 들어서면 50%가량은 자연 치유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나머지 50% 중 일부는 범죄자나 사회부적응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학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유소영 이사장은 “ADHD 증상이 계속되면 학교 이탈·폭력 등으로 발전해 향후 반사회적 범죄인이 될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며 “소년원·교도소 수감자 중 ADHD 환자 비율이 높은 이유가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밝혔다.
물론 ADHD 환자가 무조건 범죄자나 사회부적응자로 이어지진 않는다.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고,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증상이 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변의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ADHD 증상을 의심하더라도 치료는커녕 검사 자체를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학회 이소희 홍보이사(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는 “ADHD치료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치료를 받더라도 약 40%가 치료를 중단한다“며 ”ADHD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학업능률이 떨어지거나 또래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우울증 등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와 부모 대부분 식욕부진, 불면증, 체중증가 등 약물치료에 대한 막연한 우려·불안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ADHD는 극복할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개선 가능한 질환이다.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이 병행하면 ADHD 증상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이 이사는 “실제로 ADHD 치료제는 소아청소년기 환자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근거 없는 낭설과 마약류로 분류되는 속성 탓에 처방률이 높지 않다”며 “그러나 ADHD 치료제는 마약처럼 중독성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흡연·음주 등 중독과 남용 위험이 85% 이상 감소하는 연구결과도 있는 효과적인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술 교육 관련 행동요법을 병행하는 게 좋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학회는 “ADHD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병원 방문과 치료의 문턱이 높아 올바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ADHD 캠페인을 개최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다. 박준성 학회 홍보위원(두드림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워킹맘과 학교를 대상으로 현재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으며, 4월 중 ADHD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