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 신약 국내서 개발 박차

파킨슨병 치료 신약 국내서 개발 박차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며 복싱계를 호령했던 무하마드 알리,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시간 탐험으로 친숙한 배우 마이클 J 폭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굿 윌 헌팅’에서 따뜻한 스승의 모습을 연기했으나,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고(故) 로빈 윌리엄스. 모두 파킨슨병 환자들이다.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에 놓여 있는 난치병이다. 뇌 흑질의 신경세포가 죽어서 운동 능력을 조절하는 물질인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발병한다. 왜 신경세포가 퇴행하고 사멸하는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떨림과 근육 경직, 운동 둔화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약들은 나와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최근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는 630만명에 이르고, 국내에만 8만명이 넘어 근본적 치료제 개발에 대한 수요와 기대감은 매우 높다. 요양병원 입원에 따른 의료비 절감은 물론, 2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의 탄생 여부도 주목된다.

일동제약은 바이오신약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9일 바이오벤처인 셀리버리와 계약을 맺고, 세포투과성 파킨슨병 신약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신약후보물질은 파킨슨병의 근본 원인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신경세포의 손상을 막고, 정상화시킬 단백질 ‘iCP-Parkin’이다.

여기에 셀리버리의 원천기술인 ‘거대분자 세포 내 전송기술(MITT)’을 결합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 소재 바이오신약이나 바이오베터(개량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한 신개념 약물전달시스템이다. 뇌 혈뇌장백을 직접 투과해 약리효과가 있는 단백질을 뇌신경세포까지 전송하는 획기적인 바이오 신기술이다.

바이오의약품이라 개발에 성공하면 대부분 화학약품인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의 부작용 이슈도 덜 것으로 전망된다. 일동제약측은 “파킨슨병 모사 동물모델에서 운동능력을 상실한 동물의 운동성을 80%까지 회복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휴온스도 대학과 손잡고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에 나섰다. 지난달에 한양대학교 에리카 산학협력단과 ‘SAPK3 저해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질은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으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약대 하정미 교수가 2년간 연구 개발했다.

뇌 조직에 주로 분포하는 SAPK3는 정상인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 40% 이상 많다.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 SAPK를 억제하거나 제거하면 인지기능이 정상의 80%까지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휴온스 관계자는 “SAPK3 저해 기술은 신경계 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 질환을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판 중인 SAPK3 저해제는 없다. 미국에서 관련 치료제의 임상1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기안 휴온스 중앙연구소장은 “하 교수팀과 함께 새로운 기전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후속 공동 연구를 임상에 반드시 진입시키겠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카이노스메드 역시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혁신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9월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 아래 충남대와 한국화학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파킨슨병 신약후보물질인 ‘KR-33493'의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 물질은 세포사멸 조절능력이 있는 단백질인 FAF1을 타깃으로 한 화합물이다. 파킨슨병의 근본 원인인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해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임상1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의 개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기술 개발에 성공해 현재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태아의 중간 뇌 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계 전구세포를 분화시키는 것으로, 대량증식이 가능하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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