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식이요법의 오해와 진실
오는 10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무게 300g의 작은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이다. 만성콩팥병은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여과율이 감소돼 콩팥 기능이 석 달 이상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 동반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가 많다보니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
당뇨병이 있는 투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6.9%로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환자보다 낮다. 심혈관질환 합병증 사망률은 일반인의 최대 8배라는 연구도 있다. 초기 자각증상도 거의 없어 발견되면 병기가 늦을 때가 많다.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류동열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콩팥병 식이요법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식이요법으로 치료가능? = 식이요법만으로 만성콩팥병을 극복할 수 없다. 전문의와 상의해 당뇨병과 고혈압 등 원인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콩팥에 해가 되는 것을 피하며 합병증을 예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치료할 필요가 있다.
▲과일, 채소류는 무조건 많이? = 너무 많이 먹어도, 너무 적게 먹어도 안 좋다.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소변으로 칼륨 배설이 잘 안 돼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러면 자주 쥐가 나고 저리며, 심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져 사망하기도 한다. 칼륨은 근육과 신경세포의 자극 전달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신선한 과채류에는 칼륨이 많다.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식이요법은 병기와 몸 상태에 따라 맞춤 처방된다. 칼륨 섭취를 줄이려면 과채류의 껍질이나 줄기를 벗겨 먹고,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헹궈 먹는 게 좋다.
▲흰쌀밥보다 잡곡밥? = 만성콩팥병이 많이 진행됐다면 건강식인 잡곡밥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잡곡밥 속 인 성분 때문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졌을 때 인의 혈중 농도가 오르면 가려움증과 관절통이 생기고, 심하면 뼈가 부러질 수 있다. 당뇨병인데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혈중 인 수치에 따라 잡곡밥보다 흰 쌀밥을 먹도록 권고 받을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셔라? = 무조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분은 갈증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만 섭취하면 된다. 짜게 먹으면 갈증이 생긴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고혈압과 부종을 일으켜 콩팥 질환 악화의 주범이 된다. 콩팥 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식습관은 저염 식이의 생활화다.
▲약과 건강보조식품을 같이? = 건강보조식품 중 콩팥 기능 보호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된 것은 아직 없다. 오히려 콩팥 기능에 손상을 주거나 체내 축적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와 상의해서 꼭 필요한 약만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 항생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방사선 검사를 위한 조영제 등은 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