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당신이 지겨워하는지 안다”
인간과 로봇이 공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 머지않아 컴퓨터 프로그램이 지겨움이나 흥미로움 등을 나타내는 인간의 몸짓을 읽어낼 전망이다. 최근 영국 브라이튼 앤 서섹스 의과대학 연구팀은 “컴퓨터를 쓰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사용자의 작은 일상적인 움직임을 컴퓨터가 측정해 관심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참여자 27명에게 3분 동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흥미진진한 게임 프로그램과 유럽연합(EU)의 금융구제에 관한 전자책(E-BOOK)을 각각 읽도록 했다. 이들은 동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트랙볼이 달린 소형 마우스를 사용했고, 연구팀은 3분간 참여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정량화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읽기 작업에서 더 흥미를 느낄수록 비의도적 움직임이 42%가량 감소했다. 즉 무엇에 푹 빠진 채로 열중하고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해리 위첼 생리학 박사는 “사람이 정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때 무의식적인 작은 움직임을 억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는 꼬마들이 TV 만화를 볼 때 다른 근육은 움직이지 않은 채 입만 벌리고 모니터를 쳐다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인공지능 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래의 교육 응용 프로그램은 인간의 관심 수준을 스스로 읽어내 지루해하면 흥미를 유발하는 기능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심지어 사람의 기분이나 마음 등 다양한 심리상태를 추정하고 인식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이러한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나 게임 등에 이런 기술을 접목하면 기획자가 시청자의 흥미 여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제공자는 이러한 비언어적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장르나 관심 있는 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위첼 박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의 흥미 수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미래 세대의 디지털 교육에서 ‘양방향 소통’이라는 현실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공감 능력을 가진 반려 로봇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학 프론티어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