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강연료 상한 확정...제약사 과잉경쟁 예고
제약사 리베이트의 판단 기준이 될 의사의 강연료와 자문료 산정을 위한 연간 상한 기준이 조만간 공정경쟁규약에 정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사 간 과잉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데 이견은 없으나, 이른바 ‘키 닥터(key doctor)’로 불리는 영향력 있는 의사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에 따르면 의사의 자문료와 강연료는 각각 연간 300만원, 강연료의 경우 시간당 50만원 이내로 사실상 확정됐다. 상한 기준은 제약사가 아닌, 의사 1인당 기준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료 금액은 단순자문과 번역, 감수 등으로 항목을 나누지 않고 포괄적으로 산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강연료와 자문료가 공정경쟁규약에 의거해 투명해지는 것에 대해서 복지부와 같은 뜻을 갖고 있다”며 “금액 산정에 대해서는 이미 협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강연료와 자문료 기준 확립은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 개정 없이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등 제약 관련단체의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에 반영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와 협의를 마치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위한 업무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간당 강연료는 40~50만원, 자문료는 회당 50만원 수준이어서 (개정안과) 별반 다른 점은 없다”면서 “그러나 키 닥터 등 제약업계에서 요청할 만한 영향력 있는 의료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상한료를 정하면 자칫 제약사 간 과잉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약의 특징에 따라 강연과 자문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획일적으로 금액을 정해놓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의료전문가 강연료와 자문료 산정은 지난 해 감사원의 ‘공공의료체계 구축 실태조사’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4년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2011~2012년까지 제약사 124곳이 의사 672명에게 강연료와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공정경쟁규약에 강연료와 자문료 산정 기준을 반영하는 것은 리베이트의 도구가 아닌 특정 의료인의 전문지식에 대해 제약업계가 정당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게끔 하겠다는 복지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는 “작년 하반기부터 제약단체, 의료기기단체와 함께 협의해왔으며, 올해 3월 중에 강연료, 자문료 금액이 확정될 예정”이라며 “리베이트는 근절하되 제약업계가 들려주는 애로사항 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