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만 20년... 뇌졸중 신약, 국내서 나올까

실패만 20년... 뇌졸중 신약, 국내서 나올까

 

뇌졸중 치료제 수요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관련 신약 개발은 20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시도한 2백여개 임상시험은 다양한 장애물 앞에서 모두 고꾸라졌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손을 놓은 이 시장에서 최근 국내사들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뇌질환 신약의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은 6.2%로, 다른 질환(13.3%)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빅파마’들의 도전이 계속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실패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일단 뇌졸중의 발생 경로가 복잡한데다, 동물실험을 임상으로 잇기 힘들고, 신약후보물질이 나와도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데니스 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은 최근 열린 한 뇌졸중 포럼에서 “다양한 뇌졸중 발생원인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모두 실패했다”며 동물모델의 혈관 재개통 조건과 임상시험의 차이를 지적했다.

현재 공인된 뇌졸중 치료제는 지난 1995년에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알테플라제 성분)다. 액티라제는 국제 진료지침에서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유일한 정맥 투여용 혈전용해제(tPA,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체)다.

하지만 tPA 요법의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다. 3시간에서 최대 4.5시간까지 치료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이후에 투약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tPA 요법으로 치료 가능한 환자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5%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혈관조영술을 통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에 대한 4건의 연구결과가 발표돼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치료가능 시간인 ‘골든타임’을 9~12시간으로 늘린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면서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 캐나다 등지에서 혈전제거술을 진료지침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골든타임이 흐르는 동안에도 뇌세포는 계속 죽는다. 골든타임을 확대하면서도 뇌세포의 죽음을 완벽하게 막는 것이 신약 개발의 관건이다. 즉 tPA 부작용, 골든타임 확대, 세포보호 등의 기능을 극대화 하는 것이 차세대 뇌졸중 치료제가 성공할 수 있는 핵심사항으로 꼽힌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뇌졸중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높은 시장성 때문에 국내 제약사도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허혈성 뇌졸중 진단과 치료 시장은 연평균 7%에 가까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4년을 기준으로 관련 시장규모만 19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3천억원에 이른다.

현재 뇌졸중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가진 국내 제약사는 신풍제약과 제일약품, 지엔티파마 등 총 3곳이다. 신풍제약의 뇌졸중치료제 ‘SP-8203’는 tPA의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뇌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뇌졸중 발생 6시간 후 tPA와 병용 투여했을 때 추가출혈과 사망률에서 유의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약품이 국내 임상 2a를 승인 받은 뇌졸중치료제 ‘JPI-289’는 뇌세포 괴사와 세포사멸을 동시에 억제해 높은 치료효과와 뇌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기대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고비용, 장기간 사업이라 돌발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며 “특히 뇌졸중치료제는 임상 성공 사례가 없어서 개척자(first mover)로서 힘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지엔티파마의 ‘Neu2000’은 ‘활성산소’와 ‘글루타메이트’의 독성을 동시에 억제하는 최초의 다중표적치료제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아 현재 국내와 중국에서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오는 2018년 상용화가 목표다.

Neu2000은 임상 1상에서 약효용량의 800배를 투여해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혈관 재개통 후 치료 가능 시간을 늘려 8시간 이후에도 효과를 거뒀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는 “20년 간 이루어진 뇌졸중치료제 임상시험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동물실험에서의 연구결과를 임상시험과 연계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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