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집단감염, ‘PRP주사’가 숨은 화근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예고된 불상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개원가의 일회용 주사기와 혈액 성분을 분리할 때 쓰는 일회용 키트 재사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이면에는 무분별한 PRP 주사의 오남용이 자리잡고 있다.
PRP(Platelet Rich Plasma)는 ‘혈소판풍부혈장’으로, 원심분리를 통해 환자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추출한 후, 이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것이다. 흔히 자가혈시술(주사)로 불리고 있다. PRP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87년이다. 심장절개수술을 할 때 과도한 수혈을 막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혈소판을 분리해 농축한 PRP는 이후 세포증식과 신생혈관 재생 등을 목적으로 일부 정형외과와 스포츠의학과, 신경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PRP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아직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PRP는 지난 2014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에서 건병증에 한해서만 제한적 신의료기술이 적용됐다. 건병증은 과다사용으로 힘줄을 구성하는 섬유질이 변성된 증상을 가리킨다. PRP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려면 향후 임상시험 자료를 보강해 다시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건병증 이외의 다른 적응증에 대한 PRP 시술은 현재 불가능하다. 시술 역시 제한적 의료기술에 참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보건의료연구원의 평가를 받아 선정된 병원들만 가능하다.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고영진 교수는 “PRP는 건병증에 한해서 분당차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조선대병원 총 5개 병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시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개원가에서는 통증완화 뿐 아니라 미용성형에도 비급여로 무분별하게 PRP를 시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농축된 혈소판 성장인자가 근육과 피부 재생, 항노화, 주름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PRP 주사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현재 의사의 재량으로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RP는 환자의 혈액을 20~30cc 정도 채혈해 원심분리기에 넣고 혈소판을 분리한 다음 5배가량 농축해 기타 주사성분과 섞어 만든 것으로, 주사기를 통해 환부에 투여한다. 치료 주기는 약 1주 정도로 3~4차례 시행하며, 주사 한 번에 약 30만원을 호가한다. 자신의 혈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거부반응이 거의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개원가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주의 한양정형외과의원의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역시 PRP를 처방하는 과정에서 키트를 재활용하다 환자들 사이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PRP 시술을 한 927명의 명단을 확보해 C형간염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101명이 치료가 필요한 RNA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PRP 주사는 일부 환자에게 염증이 생기거나 시술 부위가 붓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는 “PRP가 모든 관절·근육 등 관련 질환에 대해서 만능치료제라고 볼 순 없으나 적응증을 지키는 선에서 검증된 의료진에게 처방받는 것이 좋다”며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혈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미량의 혈액이 섞여 들어가는데 관절 연골에 소량의 혈액만 들어가도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