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황제가 선교사에게 하사한 족자에는.....
문화재청은 11일 대한제국 당시 캐나다 출신 의료 선교사 에비슨에게 고종황제가 하사한 족자를 등록문화재 656호로 등록하고, 미국 북감리회 소속 간호선교사였던 마거릿 제인 에드먼즈가 간행한 간호교과서의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된 ‘고종황제 하사 족자’는 19세기 말에 대한제국이 고종의 주치의였던 에비슨에게 하사한 것이다. 지난 1893년 서울에 도착한 에비슨은 고종의 피부병을 치료한 인연으로 10년간 왕실 주치의로 활동했다.
이 족자에는 특이하게 한자 글귀와 함께 한글 음이 작은 글자로 적혔다. 족자 가운데에 적혀 있는 ‘投良濟堯帝時巫咸’와 족자 오른쪽에 하사받는 사람을 명시한 ‘宜丕信 大人 閣下’의 위쪽에 각각 ‘투량뎨요뎨시무함’, ‘의비신 대인 각하’라는 한글 음이 쓰여 있다. 족자 아랫부분에도 투량뎨요뎨시무함의 뜻이 9행에 걸쳐 작은 한글 글씨로 풀어져 적혔다.
투량뎨요뎨시무함이란 ‘좋은 약을 지어주는 것이 요나라 황제 때의 무함’이라는 뜻이다. 무함은 사람의 생사와 존망까지 알았다는 요나라 때 전설 속 인물로, 요나라 황제는 이 사람을 공경해 신무라 하고, 재상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의비신은 에비슨의 한자명 표기이다. 족자의 마지막 10행에는 가운데 태극문양과 그 외부를 괘와 글씨로 둘러싼 작은 인장이 찍혀 있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한글 표기와 풀이는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을 배려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에비슨이 고종의 시의를 지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국왕과 정부가 서양의술의 탁월함을 인정한 기록물로 에비슨의 후손들이 기증한 문화재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등록 예고된 에드먼즈의 간호교과서 상권과 하권은 각각 1908년과 1910년에 제작된 것으로,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미국 북감리회 여자해외선교부의 간호선교사로 지난 1903년에 서울에 온 에드먼즈는 그해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1887년 설립)에 간호원양성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간호원장으로 활동했다.
에드먼즈는 제대로 된 교재도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데 따른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교과서 상.하권을 발행했다. 이 책은 의학사 연구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의 의학용어 한글 번역과 우리말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완본 형태로 소장돼 희귀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간호교과서는 30일간 등록 예고된 뒤 의견 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