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까지 숫자 세면 분노 가라앉는다(연구)

10까지 숫자 세면 분노 가라앉는다(연구)

분노가 쌓일 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려면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일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진짜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숫자를 세는 동안 공격성이 지연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회가 생길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화가 증폭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 ‘응용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에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한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연구팀이 10까지 숫자 세기가 일으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 실험에 따르면 숫자 세기는 실질적으로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단 특정한 상황에 한정돼 이 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이번 연구에는 총 312명의 학생들이 지원했고, 이들은 어렸을 때 자신이 좋아했던 TV프로그램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다른 실험참가자와 에세이를 교환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실상 여기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실험참가자들이 받은 피드백은 상대 파트너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연구팀이 작성한 악평이 담긴 피드백이다. 이는 마치 상대방이 나쁜 평을 한 것처럼 속여 실험참가자들의 화를 돋우려는 전략이다.

가령 실험참가자의 에세이에 대해 “이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에세이 중 가장 형편없다. 멍청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쓴 것이란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식의 기분 나쁜 피드백을 제시했다.

그 다음 연구팀은 피드백을 받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상대 파트너에게 암기게임을 하도록 할 예정인데 몇 분간 시행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이 게임은 정답을 못 맞힐 때 시끄러운 소음에 노출되는 벌칙이 주어진다. 즉 실험참가자들이 긴 시간을 제시할수록 피드백에 대한 분노가 큰 상태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두 가지 상황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일부 실험참가자들에게는 만약 상대방에게 긴 시간을 제시하면 똑같이 긴 시간동안 암기게임을 해야 하는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 중 절반에게는 즉각 답변토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10초 숫자 세기’ 효과를 주기 위해 30초간 기다린 다음 답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즉각 시간을 말한 실험참가자들이 좀 더 상대방에게 가혹한 시간을 제시했다. 즉각 답한 실험참가자들은 평균 6.6분, 30초간 답변할 시간을 강제적으로 지연시킨 실험참가자들은 평균 3.9분의 시간을 제시했다.

그런데 보복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을 때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즉각적으로 답한 사람은 평균 5.7분, 30초간 기다린 뒤 답변한 사람들은 평균 8분을 제시했다. 오히려 30초간 답변 시간이 지연되는 동안 화가 증폭됐다는 것이다.

즉 이번 실험에 따르면 10까지 숫자세기 효과는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손해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는 기회가 됐을 때 공격성이 가라앉는다. 즉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는 동안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화가 가라앉을 수도 있고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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