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아기 출산, 대부분 임신 초기 감염

소두증 아기 출산, 대부분 임신 초기 감염

 

세계보건기구(WHO)가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 폭발적인 확산에 대응해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한 가운데 임신부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가 여행을 자제하고, 임신 초기 감염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에 따르면 임신 초기인 1~2기(26주 이내)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소두증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한 임신부 중 60%는 임신 1기, 14%는 임신 2기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는 노출 시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계는 임신 3기(26주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소두증 신생아 출산 위험이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진앙지인 브라질에서는 바이러스 유행 전 소두증 신생아가 0.01%, 1만명당 0.5~1명으로 보고됐으나,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1만명당 20명으로 0.2%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이 수치는 선천성기형아 기본 발생률인 3~5%에 못 미치는 수치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낳은 신생아에서는 소두증과 두 개 내 석회화가 보고되고 있다. 이밖에도 관절구축, 소안구증을 비롯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경련, 과다반사증 등이 나타났다. 소두증은 뇌가 성장하지 않거나 낮은 뇌압 등으로 두개골이 자라지 않아 생긴다.

소두증 발생 원인으로는 모성감염인 거대세포바이러스, 단순포진바이러스, 림프구성 맥락수막염 바이러스, 매독균, 기생충인 톡소플라즈마 곤디, 염색체이상, 약물, 알코올, 다른 환경적 독성물질, 두개골유합증, 일부 대사질환 등이 알려져 있다.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장인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최근 소두증 신생아 출산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건당국의 행동지침을 잘 따르고 전염 국가를 방문하지 않았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한다 해서 모든 임신부가 감염 검사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한 교수는 “최근 유행국가를 방문했거나 여행한 지 2주 이내에 열, 발진, 관절통, 결막염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태아초음파에서 소두증이나 두개 내 석회화가 있다고 진단받은 경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바이러스 전염지역을 여행하지 않았던 임신부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태아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면 양수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최근 브라질 관련 학회 보고에 따르면 태아초음파에서 소두증 진단을 받은 임신부 2명의 혈액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RNA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양수에서는 RNA가 확인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역에서는 임신부도 주의사항을 확인 후 모기 기피제를 사용해 모기로부터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을 줄여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기 기피제 성분(DEET, Icardin, Clove oil, Citronella oil)은 기형유발 가능성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역시 미국환경보호청(EPA)에 등록된 모기 기피제(Catnip oil, Citronella Oil, DEET, IR-3535 등)들에 대해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 교수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바이러스는 1주일 정도 지나면 혈액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이후 임신에서 태아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지카 바이러스는 모유에서도 발견되지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모유수유를 통해 전파된다는 것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고, 의학적 증거에 기반을 둬 설명하면 신생아의 모유수유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이론적 위험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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