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백혈병 등 항암제... 내달부터 건보 적용
내일(1일)부터 췌장암과 백혈병, 연부조직육종, 림프종 등에 쓰이는 항암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암 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는 “췌장암과 같이 치료제가 부족하거나, 만성골수성백혈병, 연부조직육종 등 환자수가 적어 지원 순위에서 밀릴 우려가 있는 암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인 ‘아브락산주(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성분)’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미국계 제약사인 세엘진에서 개발한 아브락산은 1차 치료제인 일라이릴리의 ‘젬자주(젬시타빈)’와 같이 쓰도록 승인됐다. 당초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된 아브락산은 최근 췌장암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췌장암은 주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 생존율이 낮을뿐더러 치료제가 극히 제한돼 있어 새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의 필요성이 컸다. 2012년 암 등록 통계를 보면 전체 암 발생률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8.8%로 매우 낮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의 사인도 췌장암이었다.
아브락산은 항암제 성분인 파클리탁셀을 알부민 단백질로 감싼 치료제다. 암세포가 영양분인 알부민으로 인식해 흡수하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게 된다. 대규모 임상을 통해 아브락산과 젬자 병용요법은 젬자 단독요법보다 사망위험을 28% 낮추고, 생존기간을 2개월가량 늘리는 것으로 입증됐다. 아브락산, 젬자 병용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900여명의 환자에서 1인당 연간 1314만원에 이르는 약값 부담이 64만원으로 줄어든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캡슐(라도티닙)’의 건강보험은 확대된다. 다른 항암제가 먹히지 않을 때 사용하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았는데, 이젠 1차 치료제로 써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개발한 18번째 국산 신약으로,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 치료제다. 슈펙트의 건강보험 확대로 환자당 연간 1950만원인 약값은 97만원까지 절감되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26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연부조직육종에 대한 젬시타빈, 도세탁셀 성분 병용요법과 비호지킨림프종의 하나인 변연부B세포림프종에 대한 로슈의 항암제 ‘맙테라주(리툭시맙)’ 병용요법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들 요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승인한 의료기관에서만 쓸 수 있는 허가범위 초과사용 약제인데, 이번 조치로 모든 의료기관에서 쓸 수 있게 돼 환자 280여명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향상된다. 심평원은 지난 2011년부터 사용사례가 누적된 허가초과 항암요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사후평가해서 보험급여를 확대하고 있다. 환자가 모두 부담했던 젬시타빈에도 건강보험이 지원돼 연간 160만원인 약값은 23만원으로 절감된다.
연부조직육종은 근육과 힘줄, 혈관, 관절주변 조직, 근막 등 우리 몸의 연부조직에 생기는 암으로, 모든 악성종양의 1%를 차지할 만큼 드물다. 변연부B세포림프종은 림프절을 침범해 온몸으로 전이되는 비호지킨림프종의 5%를 차지하는 말초성 T세포 림프종의 아형이다. 대부분 면역활성 지표인 CD30 항원을 드러내는 풍부한 세포질을 가진 대세포로 구성된 종양이다.
다케다제약의 신규항암제인 ‘애드세트리스주(브렌툭시맙)’도 새로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비호지킨림프종 중 ‘전신역형성대세포림프종’과 주로 어린 나이에 생겨 서서히 자라는 호지킨림프종 중 ‘자가조혈모세포이식 대상이 아니거나 이식에 실패한 환자’에게 쓰일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대상 환자 50여명의 연간 약값부담이 800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항암치료 부작용인 호중구감소증 예방에 투여하는 한독테바의 ‘롱퀵스프리필드주(리페그필그라스팀)’도 새로 건강보험에 등재돼 4500여명에 이르는 암환자의 회당 약값 부담이 80만원에서 3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